그래픽=전송이 디자이너

"왕왕!" 개 짓는 소리를 뜻하는 중국 의성어인데, 쌀 과자 하나로 대륙을 매혹시킨 대만 제과그룹 이름이기도 하다. 쌀과자로 시작한 왕왕은 제품군을 넓히고 지방 소도시까지 진출하는 '하향프로젝트'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매출 1조9000억원, 순이익 3500억원을 거뒀다.

이 왕왕보다 1년 늦은 1993년 중국 본토에 진출해 쌍벽을 이루고 있는 제과업체가 바로 오리온의 중국 내 브랜드인 '하오리요우'다. 왕왕이 중화권 소비자 입맛에 익숙한 쌀 과자로 아성을 쌓았다면, 오리온은 초코파이로 독자적인 왕국을 구축했다.

유제품, 음료수 등으로 확장해 매출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왕왕과 비교하면 오리온의 중국 매출은 올해 5300억원으로 예상돼 아직 '매운 고추'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초코파이 신화에 머물지 않고 비스킷, 스낵으로 제과사업 내 주력 카테고리를 성공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초코파이는 시작일 뿐

실제 중국 진출 초창기에는 '오리온=초코파이'로 통했지만 파이 뿐 아니라 껌 시장에서도 오리온은 글로벌 넘버원인 리글리에 이어 2위다. 비스킷시장에서는 고래밥이 단일매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아 경쟁사들이 6~7종의 짝퉁제품을 출시했을 정도다.

고래밥의 중국 명칭은 '하오뚜어(好多魚).' 짝퉁 고래밥 제품들은 기술력의 차이로 맛을 흉내내진 못하고 있지만 포장과 브랜드가 거의 유사하다. 포장을 똑같이 복사하거나 반대로 복사해 사용하고 브랜드는 '好魚多', '魚多好' 식으로 한자순서만 바꿔 사용하는 식이다. 짝퉁 고래밥의 존재는 비스킷 시장에서의 오리온의 위치를 반증해준다.

2006년 베이징에 스낵공장을 완공하고 처음 선보인 스낵제품군도 4년 새 급성장해 올해 매출이 6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쌀 스낵은 왕왕, 감자스낵은 프리토레이가 꽉 잡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단기간에 거둔 성과치고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오리온 관계자는 "프리토레이와 국내에서 조인트벤처인 오리온프리토레이를 설립하고 함께 사업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제품력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렇게 제품카테고리가 다양해지면서 중국 전체 매출에서 초코파이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05년 57%에서 올해는 40%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껌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41%에서 20% 미만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스낵비중은 2%에서 20%대 중반으로, 비스킷은 '제로(0)'에서 10% 후반대로 급격히 높아졌다.

바로 이 점이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글로벌 제과업체들보다 오리온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리글리는 껌, 네슬레는 초콜릿, 프리토레이는 스낵 등 단일 제품으로 중국에 진입했지만 오리온은 종합제과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장강(長江)에 발 담그고 '남진(南進)정책' 가속

향후 중국 제과시장이 고급스낵과 비스킷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오리온의 '전의(戰義)'를 불태우는 대목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제과시장은 급팽창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2010년 아시안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 역시 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전후로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고급 먹을거리 수요가 늘면서 제과시장 규모가 4년 만에 2배로 급성장한 전례가 있다.

현재 중국 제과시장 규모는 약 4조원. 하지만 3~4년 안에 2배로 늘어난다면 오리온의 중국 매출 역시 그 안에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오리온의 중국 매출은 4100억원이었다. 2005년 이후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63%였던 것을 감안하면 1조원 매출 달성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중국 매출 1조원, 국내외 매출 2조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리온은 중국 내 남진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해안의 선진도시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해왔다면 지금까지 유통망이 닿지 않았던 내륙으로 침투하기 위한 전략이다.

오리온은 올 초 중국 남부지역인 광저우 지역에 현지 생산시설을 추가로 완공했다. 광저우 공장은 오리온의 중국 생산시설 중 최대 규모로 중국 내륙지역을 공략하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도 공장 준공식 현장을 직접 방문, 직원들을 독려했다.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일찌감치 예약한 베트남 시장도 오리온 해외사업의 기대주다. 남부 호치민에 이어 지난해 9월 북부 하노이에 공장을 완공해 현지 1위 기업인 낀도사를 제치고 올해 1위로 등극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