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100경 중 하나인 가비라해변/이시가키섬(오키나와)=이지혜 기자

누구나 하와이나 피지 같은 '지상천국'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이곳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과 고가의 비용, 게다가 긴 휴가까지 필요로 한다. 때문에 영유아를 동반하거나, 휴가가 짧은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 일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용이 적게 들고 3박4일이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지상천국으로 가는 길이 최근 새롭게 개척됐다. 일본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 인근에 있는 이시가키섬이다.

◇하와이·피지와 비교를 통해 알아본 ‘이시가키’
오키나와는 나하국제공항이 있는 본섬을 비롯한 160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도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남쪽으로 다시 410㎞(비행기로 50분) 떨어진 이시가키섬은 주변 7개 주요 섬과 한데 묶어 야에야마제도로 불린다. 일본인들이 오키나와에서도 보석 같은 곳으로 손꼽는 곳이다.

야에야마제도는 북위 21도에 위치, 하와이(북위 21도)나 피지(남위 15~22도)와 위도가 비슷하다. 북회귀선 위쪽에 자리한 이곳은 일본 혼슈나 한국에 비해 장마가 일찍 끝나 7~8월에 여행을 떠나기에 알맞다. 특히 7월에는 태풍이 한 차례도 없기 때문에 날씨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하와이나 피지여행에서도 도심 같은 오아후나 난디보다 주변 섬들이 여행을 좀 다녀본 사람들에게 더 인기 있다. 일본인들도 오사카나 나고야에서 오키나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시가키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전통 상징물인 '시사'와 붉은 기와 지붕은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상징 /야에야마제도(오키나와)=이지혜 기자

이시가키섬은 그동안 국제선 전용 공항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3월 신이시가키 파이누지마공항을 새로 문 열었다. 이를 계기로 이 천혜의 아름다움을 가진 섬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클럽메드이시가키리조트나 호시노리조트리조나레, 하이무루부시리조트, ANA인터컨티넨탈이시가키리조트 등 숙박시설도 뛰어나 앞으로 한국인들의 새로운 휴양지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저가항공사들은 이미 이곳의 가능성을 실험대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피치항공은 지난달 14일부터 인천－오사카 구간과 연계를 통해, 매일 1편씩 운항되는 오사카－이시가키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피치항공은 9월부터 오키나와 본섬의 나하와 이시가키섬도 매일 1편씩 운항할 예정이다.

글라스보트를 타고 희귀 산호군과 니모를 만날 수 있다/이시가키섬(오키나와)=이지혜 기자

◇총천연색 하늘빛과 바다빛에 '흠뻑' 빠지다
이시가키 섬에서 바라본 하늘은 새파란 물감을 칠해놓은 캔버스 위에 하얀 물감을 호방하게 터치해 놓은 것 같다. 경이로운 풍경이 시시각각 펼쳐진다. 하늘보다 더 멋진 것은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다. 한없이 투명해서 20m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햇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이는 바다는 이곳이 왜 지상낙원인지 잘 보여준다.

야에야마 섬의 또다른 특징은 주변에 산호군들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바다 한 가운데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다채로운 종류의 산호는 야에야마제도의 바다 빛깔을 또 한 번 형형색색으로 만들어준다.

이곳은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클링과 같은 해양스포츠의 천국으로로 꼽히지만, 바다 속에 들어가지 않고도 즐기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시가키 섬 북부에 위치한 가비라 해변은 일본에서도 가장 해변이 아름다운 지역으로 꼽힌다. 산호초군이 너무 촘촘하게 형성돼 있어, 자연보호 차원에서 오히려 스쿠버다이빙을 금지하는 곳이다. 대신 배의 바닥을 유리로 만들어 바닥을 볼 수 있는 글라스보트(1인 1000엔) 관광을 꼭 해봐야 한다. 바다가 잔잔하기 때문에 카약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며 여유롭게 산호초와 바다 생물을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리오모테섬은 맹그로브와 삼림이 우거져 있어 에코투어가 인기다/야에야마제도(오키나와)=이지혜 기자

◇일본에서 별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
이시가키 섬에서는 야에야마제도의 7개 이웃섬들을 방문하는 배편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있다. 핵심 관광지인 이리오모테섬까지도 40분이면 갈 수 있고, 가장 가까운 다케토미섬은 10분이면 닿는다. 배 멀미 부담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산호군이 지켜주고 있어 워낙 바다가 잔잔하기 때문이다.

이리오모테섬은 오키나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지만, 원시 밀림 보존구역이다. 오키나와는 맹그로브의 북한계선이기도 하다. 맹그로브는 흔히 특정 나무 이름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지역에 서식하는 나무들의 통칭이다. 갯벌과 같이 환경보호의 상징성을 가진 수종으로, 이리오모테섬에 가면 밀물 시기에 맞춰 강상류까지 보트를 타고 관광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부섬 관광/야에야마제도(오키나와)=이지혜 기자

이리오모테섬 옆에는 소의 머리모양을 닮은 우부섬이 위치한다. 썰물때는 갯벌이 드러나는데, 이곳의 이름에 착안해 물소가 끄는 우마차를 타고 가는 섬 관광도 인기다. 섬 안에 나비정원과 가축 사육사 등이 있고, 하이비스커스 등이 만발한 정원을 산책할 수 있다.

구로섬은 '이시가키 와규'로 유명하다. 자연에서 방목하기 때문에 소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육된다고 한다. 드넓은 초원에 검은 소들이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야에야마제도는 북반구에서 관찰할 수 있는 88개의 별자리 가운데 84개의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도 명성이 높다. 도심처럼 큰 불빛이 없고 공기가 맑아 별을 관찰하기 쉬운 것은 물론, 일본 본토에서 볼 수 없는 남십자성도 이곳 하늘에서는 선연하게 반짝거린다.

이시가키섬 천문대에서는 밤 9시30분까지 일반인도 무리카부시 망원경으로 별구경을 할 수 있다. 이 망원경은 하와이 관측소의 스바루 망원경과 동일한 105cm 반사망원경이다. 섬 리조트들도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고가의 망원경 등을 보유하고 있어 별관측 및 별사진 촬영을 즐기기에 좋다.

이리오모테섬에서는 썰물때가 되면 물소수레를 타고 이웃 우부섬을 방문하는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야에야마제도(오키나와)=이지혜 기자

이시가키와규와 아구(오키나와 돼지고기), 이시가키소바를 맛보는 샤브샤브 요리/이시가키섬(오키나와)=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