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넬' 자전거 타고 구찌 카페에 들른다?

명품·예술 손잡는 콜라보레이션 제품 인기‥실용성에 특별한 디자인 입혀

이명진 기자  |  2011.07.29 07:45
(위 왼쪽부터) 설화수 리미티드 에디션, 칼라커 펠트 코크, (아래)헤라 화이트 프로그램 이펙터 리미티드 에디션
(위 왼쪽부터) 설화수 리미티드 에디션, 칼라커 펠트 코크, (아래)헤라 화이트 프로그램 이펙터 리미티드 에디션

(위 왼쪽부터) 쌤소나이트 아이패드케이스,제네시스 프라다, (가운데)젠하이저 아디다스, (아래) 헤이즈 브리토 컬렉션
(위 왼쪽부터) 쌤소나이트 아이패드케이스,제네시스 프라다, (가운데)젠하이저 아디다스, (아래) 헤이즈 브리토 컬렉션

# 나명품씨는 두바이에 있는 페라리 테마파크에서 친구와 스파를 즐기고 있다. 목이 마른 그녀는 디자이너 이셰이 미야케가 만든 병에 담긴 에비앙 생수를 마셨다. 나 씨는 스파를 끝낸 후, 구찌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을 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보테가베네타 접시에 담긴 알마니 초콜릿을 디저트로 먹었다.

이른바 '콜라보레이션(협업, collaboration)' 상품(서비스)을 이용하는 사례를 가상으로 구성해봤다. 콜라보레이션이란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상품에 적용하거나, 한 분야의 유명 브랜드를 다른 종류의 상품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최근 "콜라보레이션을 안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다양한 관련 상품이 나오고 있다. 패션·뷰티 뿐만 아니라 식품, 가전제품에서부터 가구, 바닥재, 벽지, 페인트에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스파같은 서비스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의 세계=콜라보레이션 상품 가운데 디자이너와 개별 브랜드 간 손을 잡는 경우가 가장 많다. 대표 한방화장품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올해 중국 론칭을 기념해 베스트셀러인 ‘윤조에센스’의 포장용기를 신선미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국적 색체를 입혔다.

삼성지펠냉장고는 마시모주끼 주얼리 디자이너와 협업을 진행했다. 코카콜라는 다이어트 코크 사랑으로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드(Karl Lagerfeld)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미티드 에디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했다. 생수 브랜드 에비앙(Evian)의 경우, 해마다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폴 스미스(Paul Smith),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등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을 출시해 콜렉터들의 끊임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개별 브랜드간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다. 스와로브스키는 국내 최대 밥솥 전문 브랜드 쿠쿠와 수십개의 스와로브스키 원석을 박은 '톱 콘트롤 에디션'을 론칭했다. 서울우유는 일본의 도토루 커피와 콜라보레이션해 '서울우유 도토루 더 클래식'을 출시했고, 동서식품은 스타벅스와 함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전문가는 "테이크아웃 커피 브랜드는 식품회사의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고, 식품회사는 커피 브랜드 마니아를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업체들도 콜라보레이션이 활성화돼 있다. 페라리는 대만 에이셔와의 협업으로 컴퓨터를 생산하고 중동 아부다비에 페라리월드 테마파크까지 열었다. 아르마니는 삼성전자와 휴대폰, TV를 생산했다. 최근에는 프라다와 현대차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제네시스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는데, 제네시스의 역동성에 프라다의 혁신성이 더해져 품격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알렉산드로 멘디니 바닥재, 베라왕 벽지, 랄프로렌 가구와 페인트, 프라다 침낭, 펜디 의자, 에르메스 헬기, 샤넬 레스토랑과 자전거, 돌체앤가바나 카페, 구찌 초콜릿과 침대등도 협업을 통해 탄생됐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유명브랜드들 대부분은 '토탈 패션'에서 '토털 라이프스타일'로 방향을 바꾸는 추세"라며 "각 기업들은 명품 브랜드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얻고 명품브랜드는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라보레이션 제품 인기 몰이 비결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상에서 쓰는 상품에서도 예술적 감성이 입혀진,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하나의 작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에 맞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예술적 감성을 도입하고 업종 간 영역 파괴를 시도한다는 설명이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백색가전·IT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의 싸움은 어느 정도 평준화 내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며 "따라서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다른 브랜드파워와 손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가 세분화되면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다양성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대체로 인기가 좋다. H&M 관계자는 "칼 라거펠트, 소니아 리키엘 등 하이패션 디자이너들과 1년에 두 차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데 제품이 공개되기 하루 전부터 매장주변이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이 때문에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는데 이틀이면 동이 난다"라고 밝혔다.

화장품 브랜드 맥 관계자는"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대부분 출시 2~3주 안에 완판되고 다른 한정판 컬렉션에 비해 매출에서도 약2~3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며 "최근에 출시됐던 키티컬렉션은 완판 이후에도 온라인상에서 프리미엄 가격으로 거래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홍승완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에스콰이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베스트 셀링 몇 개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매출이 기존제품보다 30% 정도는 더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인기비결은 희소성과 차별성이다. 전문가들은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대체로 제작 비용이 많이 들고 따라서 수량에도 제한이 따른다. 이런 점이 인기의 주요한 요인"이라며 "디자인도 다른 기존제품과 다르다보니 특별한 걸 쓴다는 만족감을 소비자에게 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콜라보레이션이 만능은 아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원래 가진 전문성이 퇴색되면서 기능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많은 이가 제품을 구매할 경우 브랜드 가치가 희석 될 수도 있다"며 "제대로 신경 쓰지 않으면 예술성은 살아있어도 성능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기존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와 결합해 또 따른 연상이미지를 만들어 오히려 기존이미지와 충돌 할 가능성이 있다"며 "초기에는 좋지만 보편화되고 많아지면 원가는 더 들어가는데 로얄티 등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브랜드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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