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점짜리 섹스와 100점 만점 섹스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김정훈의 '없는 남자'<5>] 후희 없는 남자 - '후희' 잊었다간 후회하고 말걸?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정훈 칼럼니스트 | 2015.10.02 13:45
오프라인이고 온라인이고 남자들이 문제란다. 오프라인에선 소극적인 남자들을 향한 여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온라인에선 남성들의 전투적인 악플이 연애와 사랑의 근간을 후벼판다.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왜 그리 불만이 많은지. 결핍 있는 남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들춰주는 'OO 없는'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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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픽션' 스틸컷/사진=NEW |
1. "긴 다리와 팔이 있어야 점프를 하지!": 높이를 감당할 수 있는 신체조건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요? 제 아무리 테크닉이 좋으면 뭘해요. 택도 없는 길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죠.
2. "결국은 테크닉이죠. 메시를 봐요.": 폭발적인 점핑을 위해선 정확한 테크닉이 중요하죠. 물론 근력은 필요해요. 하지만 길이가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 그리고 훈련을 통해 능숙한 테크닉을 연마한다면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죠.
3. "정확한 타점을 찾아내는 천부적인 감각!": 발 구름판의 어디쯤을 밟아야 제대로 탄력을 받는지, 뜀틀의 어느 지점을 짚어야 가장 이상적으로 뛸 수 있는지 아세요? 세로 길이의 2/3 지점. 뭐 이런 게 절대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거든요. 뜀틀의 종류, 마루바닥의 상태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죠.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매 순간 그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뛰어난 감각을 가진 천재들은 못 당해요. 언제 어디서든 모든 뜀틀과의 궁합이 맞는 선수. 이상적이지 않나요?
과연 이 세 가지가 전부일까. 진짜 고수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더 중요하게 얘기한다.
4. "도움닫기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제자리에선 폭발적인 도약을 할 수 없죠.": 뜀틀의 5단계가 뭔지 아세요? '도움닫기→발구르기→손짚기→공중동작→착지'예요. 물론 모든 동작을 완벽히 해야겠지만, 도움닫기가 가장 중요하죠. 힘이 소진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를 달려와야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과 스피드가 생기거든요.
5. "착지한 후의 매너가 좋아야 점수를 잘 받겠죠?": 그저 뛰어 넘겠다는 목적달성만이 능사가 아니라면, 마무리인 착지 과정을 신경 써야 좋은 점수를 받아요. 깨끗한 착지동작과 그 후의 매너가 없다면, 심사위원이나 관중을 무시한 자신만의 뜀틀이 될 뿐이거든요. 넘었다고 혼자 들떠버려서는 안돼요. 뜀틀을 넘는 과정을 함께한 파트너들에 대한 예의를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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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픽션' 스틸컷/사진=NEW |
1~3번을 선택하는 건 50점짜리 섹스를 하는 남자다. 이들과의 잠자리에선 엄청난 자극을 느낄 수 있을지언정 따뜻함까지 기대하긴 힘들 거다. 4번을 선택하는 남자라면 80점은 될 듯 싶다. 전희에의 노력이 실은 본인의 자극을 향해 있다 하더라도(파트너의 흥분을 봐야 본인이 자극 되는 남자들도 많다), 당신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은 놓치지 않는 남자니까.
5번을 생각하는 남자라면 만점을 줘도 될 것 같다. 본인의 성취감 뿐 아니라 파트너의 감정까지 배려해주는 사람이다. 뛰어 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 게 아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까지 신경을 쓴다. 그러니 매너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착지자세야 어떻든 높이 뛰는 것에만 급급한 선수, 심사위원과 관중석을 향해 인사조차 없는 선수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사정 후 혼자서 샤워를 하러 가버리는 남자, 격정적이었던 섹스 과정과는 달리 그 후엔 냉담한 태도로 TV만 보는 남자가 5번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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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픽션' 스틸컷/사진=NEW |
쾌감을 찾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남들이 주지 못하는 쾌감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남자가 된다. 하지만 섹스는 다양하다. 자극 일변도의 섹스가 있는 반면 감정이 교류되는 것만으로 만족되는 섹스도 있다. 격정적인 피스톤 운동 없이 껴안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여성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오해 말자. 과한 흥분은 연기할 수 있어도 서로의 눈을 깊이 들여다 볼 때의 따뜻함과 안락한 행복까지 연기하려는 여자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껴안고만 있으란 얘긴 아니다. 섹스는 다양해야 하니까.
그동안 쌓아온 사랑의 감정을, 보다 넓은 단면적을 통해 직접적으로 주고받는 교감 역시 섹스의 기쁨이다. 극대화된 자극만을 쫓아 그걸 만들어 내는 것만이 남성의 의무라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걸 주지 못해 심각한 회의감에 빠져든 남자들이여. 여성들이 원하지도 않는 오르가즘의 신화에 빠져있을 필요는 없단 얘기다. 그럴 시간에 후희에 신경을 쓰는 편이 낫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나체를, 쾌락의 지도를 내보인 당신을 통해 보상 받고 싶은 건 '너는 충분히 사랑스런 여자'란 따뜻한 포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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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픽션' 스틸컷/사진=NEW |
물론 여성들도 명심해야 한다. 남자들이라고해서 매번 선수 역할만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때론 관중석에 앉아 환호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니 자신의 경기에 호응을 잘해주기만 하는 여성을 기대하진 않는다. 역지사지의 노력은 늘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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