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경제'로 내성키운 J-패션, '내수불황' 한국 넘본다

"한국 패션시장, 불황겪은 일본과 비슷"…'불황 경쟁력' 앞세워 판매 확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4.08.06 06:20  |  조회 8059
니코앤드 1호점 전경. 지난달 25일 강남역에 니코앤드 1호점이 오픈하며 이곳에는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 3개의 일본계 패션브랜드 매장이 들어서게 됐다.
니코앤드 1호점 전경. 지난달 25일 강남역에 니코앤드 1호점이 오픈하며 이곳에는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 3개의 일본계 패션브랜드 매장이 들어서게 됐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이곳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지오다노 매장 인근에 들어선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 '니코앤드' 1호점에는 20~30대 여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현지(31·가명)씨는 "의류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생활 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니코앤드' 1호점 오픈으로 강남역에는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매장을 포함해 3개의 일본계 SPA 브랜드가 경쟁하게 됐다.

'J-패션'의 한국 시장 공략이 매섭다.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를 보약으로 '불황 경쟁력'을 갖춘 일본계 브랜드들이 내수 침체가 비슷한 한국시장 진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유례없는 엔저 현상까지 겹쳐 'J-패션'의 한국 공략 파괴력이 한층 배가됐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시장에 진출한 일본 패션 대기업은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모회사)과 아다스트리아홀딩스(니코앤드 모회사), 세이유(무인양품 모회사), 월드그룹(더샵티케이믹스파이스 모회사), 온워드카시야마(조셉옴므 모회사), 와코루(신영와코루에 자본 투자) 등 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일본 10대 패션 브랜드로 한국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브랜드의 한국 매출은 지난해 기준(올해 오픈한 니코앤드 제외)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엔저를 등에 업은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다. 니코앤드는 강남 1호점에서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개장 기념 할인행사에 들어간 데 이어 곧바로 50% 여름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니코앤드 관계자는 "특별히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여름할인 행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코앤드 1호점은 개장 후 1주일동안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만 30여 차례의 할인 행사를 벌인 유니클로는 사실상 연중 상시 할인 체제를 가동 중이다. 무인양품은 올해 4월부터 전체 판매 품목 30%에 대해 가격을 최대 35%까지 낮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내려간 만큼 일본 브랜드들은 가격할인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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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앤드 1호점 매장 내부 전경. 니코앤드는 강남 1호점에서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오픈기념 할인행사에 이어 곧바로 50% 여름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니코앤드 관계자는 "특별히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여름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니코앤드 1호점은 개장 후 1주일간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니코앤드 1호점 매장 내부 전경. 니코앤드는 강남 1호점에서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오픈기념 할인행사에 이어 곧바로 50% 여름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니코앤드 관계자는 "특별히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여름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니코앤드 1호점은 개장 후 1주일간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 브랜드의 한국 공략을 단순히 환율효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J-패션'은 일본과 비슷한 경제 환경이 한국에도 갖춰졌다는 판단아래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월드그룹 관계자는 "내수 침체로 한국의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과 높은 품질을 갖춘 브랜드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며 "일본 내 불황을 계기로 '불황 경쟁력'을 쌓은 일본 브랜드들이 한국에서도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 진출한 일본 패션 브랜드 대부분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시기 가격을 무기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SPA 브랜드의 대명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제조와 유통을 일원화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대폭 낮춰 연매출 12조원을 돌파했다.

'아시아의 인디텍스'(자라 모회사)로 불리는 아다스트리아홀딩스도 이 시기에 소매와 유통 전문 자회사를 통합해 품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노하우를 갖췄다.

굳이 할인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일본 브랜드의 가격이 낮은 이유도 여기 있다. 유니클로와 니코앤드에서 원가로 의류와 잡화를 구매할 경우 10만원 정도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밀 수 있다.

불황으로 백화점 중심에서 쇼핑몰과 라이프스타일숍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국내 유통채널 변화도 일본 브랜드에게는 유리한 부분이다. 3층으로 구성된 니코앤드 1호점은 의류부터 가방, 생활 소품에 이르는 14개 카테고리의 생활용품을 취급하고 있다. 무인양품도 의류와 인테리어소품, 가구를 함께 선보인다. 니코앤드 관계자는 "일본 본토에서 라이프 스타일숍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에 맞게 매장을 꾸몄다"고 말했다.

국내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불황에 강한 일본 브랜드의 국내시장 공략 강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공급망관리(SCM) 개선으로 가격 경쟁력을 올리고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전략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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