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국내 최초로 '착한 거위 털' 인증재킷 만든다

인도적 환경에서 키운 거위의 털만 충전재로 활용, 자체 인증마크 단 제품 내년부터 첫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4.10.28 06:30  |  조회 6602
노스페이스, 국내 최초로 '착한 거위 털' 인증재킷 만든다
노스페이스가 내년부터 국내 업계 최초로 이른바 '착한 거위 털' 인증 마크가 부착된 다운재킷을 선보인다. 다운재킷에 쓰이는 충전재로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길러진 거위의 털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소비자 지적이 잇따르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노스페이스의 '착한 거위 털' 도입은 다운재킷용 거위 털의 출처가 불분명한 국내 아웃도어 업계의 현실을 볼 때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기대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내 노스페이스 판권을 가진 영원아웃도어는 내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일부 다운재킷의 충전재로 인도적 환경에서 사육된 거위 털만을 사용했다는 인증 마크를 부착할 방침이다. 이 인증 마크는 노스페이스의 대표 다운재킷인 '서밋'라인에 우선 도입하고 점차 전 제품으로 인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거위 털 인증제는 글로벌 노스페이스의 모회사인 'VF'사가 주축이 돼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동안 한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아웃도어 업계가 비인도적 환경에서 사육된 거위 털을 충전재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살아있는 거위에게서 수차례 털을 뽑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산 채로 털을 뽑으면 여러 차례 털을 얻을 수 있어 중국과 동유럽의 거위 농가들은 대부분 4차례 정도 털을 뽑고 거위를 살처분한다. 푸와그라(거위의 간) 등 고급 식재료를 얻기 위해 밀폐된 공간에서 강제로 사육한 거위의 털이 다운재킷에 재활용되는 것도 문제가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동안 노스페이스도 이런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노스페이스는 최근 수년간 넓은 공간에서 적합한 먹이를 주며 기른 거위의 털만 쓰고, 살아 있는 거위의 털은 뽑지 않는 농가와 계약을 맺는 식으로 이런 지적에 변화를 시도했다. 착한 거위 털 인증을 위해 외부 비영리단체의 심사도 따로 받기로 했다.

노스페이스는 연말까지 이런 거위 털 확보를 충분히 진행한 뒤 내년부터는 착한 거위 털 인증 제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영원무역은 한국에서 선보이는 노스페이스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노스페이스에도 조만간 이 인증 마크를 도입할 예정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비인도적 환경에서 키운 거위 털로 만든 재킷의 불매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정식으로 외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착한 거위 털 재킷을 브랜드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스페이스의 이 같은 행보에 블랙야크와 K2, 코오롱스포츠 등 관련업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 업체도 수년 전부터 인도적 환경에서 사육한 거위의 털을 공급받는다는 원칙이지만 이를 제대로 지켰는지 자체 검증 시스템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착한 거위 털 사용 여부가 이미 민감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해당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국내 기업들이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착한 거위털 사용이 다운재킷의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러 차례 거위 털을 뽑지 않을 경우 거위 털 원가 절감이 힘들기 때문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착한 거위 털을 쓴다고 해서 재킷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며 "비용 인상 요인을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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