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의 유혹 vs 사르르 녹는 삼치회

12월에만 느낄 수 있는 맛투어…보령 천북 굴 구이·거제 대구탕·나로도항 삼치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5.12.05 11:02  |  조회 11936
경남 거제 굴구이/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경남 거제 굴구이/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요즘처럼 으슬으슬 추워지면 뜨끈한 어묵 국물이 절로 생각난다. 붕어빵, 호빵, 군고구마 등 겨울이 돼야 더 맛있어지는 음식이 있다. 특히 겨울철 진객인 굴과 삼치회는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겨울이라고 방안에만 움츠려 있기보다는 입안 가득 침이 돌게 하는 보양식의 고향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겨울의 별미, 굴의 유혹이 진한 곳은 충청남도 보령과 경상남도 거제를 꼽는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삼치회는 전라남도 고흥 나로도항에 가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2월에 가볼 만한 '맛있는 포구여행' 8곳에도 꼽힌 굴과 삼치의 고향으로 떠나보자.

◇맛도 영양도 최고인 굴의 유혹…보령 천북 굴 구이
탱글탱글한 굴을 맛볼 수 있는 제철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올해는 추위가 늦어졌으니 굴의 제철도 12월부터인 셈이다.

굴하면 경남 통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굴구이'만큼은 충남 보령시 천북 굴단지가 원조다. 굴을 따던 아낙들이 바닷가에 장작불을 피우고 손을 녹이며 굴을 껍질째 구워 먹던 것이 의외로 짜지 않고 고소해서 지역의 토속음식이 됐다.

원래 천북면 장근리와 사호리 일대 해변은 일조량도 많고,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해 미네랄이 풍부한 양질의 자연산 굴이 지천이었는데 홍성방조제가 완공되며 바닷길이 막힌 이후로는 굴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해 지금은 통영, 여수 등지에서 양식한 굴을 가져온다.

충남 보령 바다의 영양을 가득 담은 돌꽃먹거리 석화정의 굴솥밥/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충남 보령 바다의 영양을 가득 담은 돌꽃먹거리 석화정의 굴솥밥/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그래서 천북 굴단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굴구이다. 불판 위에서 탁탁 소리를 내며 뽀얀 속살을 드러낸 굴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홍성방조제 끝자락 바닷가를 배경으로 굴구이 전문점이 100여 곳에 달하며 모두 겨울에만 운영된다.

인근 오천항은 달짝지근하고 쫄깃한 키조개의 주 생산지역으로 유명하다. 보령 8경 가운데 7경으로 꼽힐 정도다. 오천항 옆 야트막한 언덕에는 천수만을 비롯해 오천 일대 먼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충청수영성이 있다.

이밖에 병인박해 때 5명의 신부가 효수형을 당한 순교성지 갈매못, 백제 여인으로 정절의 표상으로 칭송받는 도미부인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 당일 코스: 오천항→충청수영성→도미부인사당→천북 굴단지

▷ 1박2일 코스: (첫째 날) 오천항→충청수영성→도미부인사당→팔색보령수필전망대→천북 굴단지 (둘째 날) 순교성지 갈매못→보령에너지월드→보령석탄박물관→성주사지

충남 보령 오천항 풍경/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충남 보령 오천항 풍경/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향긋한 굴구이, 시원한 대구탕…거제 별미여행
겨울 별미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거제로 떠나보자. 거제는 향긋한 굴구이와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대구탕 등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별미 여행지다.

거제 별미여행은 내간리 해안가에 자리한 굴 구이집에서 시작한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맛보기로 생굴이 나오고 곧이어 굴튀김과 굴무침이 가득 담긴 접시도 놓여 진다. 구이용 굴은 껍질을 까지 않은 생굴인데 가장자리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하다. 싱싱하다는 증거다.

거제를 대표하는 또 다른 겨울 음식은 대구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도 있듯,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대구에 맛이 제대로 드는 때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대구 산란기인데, 이때 잡히는 알 잔뜩 머금은 대구가 천하일미다.

우리나라 최대의 대구 집산지인 외포항에는 대구요리를 내는 식당 10여 곳이 늘어서 있다. 뽀얀 국물의 대구탕은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외지인들은 생대구를 선호하지만, 어민들은 살짝 말린 대구를 더 좋아한다. 내장과 아가미, 알과 이리 등을 제거하고 해풍에 3~5일 말린 대구는 수분이 쏙 빠져 더욱 차진 맛을 내기 때문이다. 말린 것으로 탕을 끓이면 더 뽀얗고 구수한 맛의 국물을 얻을 수 있다.

대구는 지방 함유량이 적고 열량도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며 각종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거제의 볼거리로는 신비로운 바다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 1950~1980년대까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해금강테마박물관,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가 예쁜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등이 있다. 거가대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4.5㎞의 사장교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다.

▷ 당일 코스: 내간리 굴구이→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 1박2일 코스: (첫째 날)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내간리 굴구이→학동흑진주몽돌해변→학동 숙박 (둘째 날) 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경남 거제 대구 말리기/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경남 거제 대구 말리기/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겨울철 진객, 삼치의 고향…전남 고흥 나로도항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겨울철 진객, 삼치의 맛은 전남 고흥 나로도항에 가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일반 음식점에서 맛본 삼치구이를 생각했다면 나로도항에서 삼치를 대면하는 순간 두 번 놀란다. 1m를 전후한 거대한 삼치에 한 번 놀라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삼치회의 맛에 한 번 더 놀란다.

참치만큼이나 삼치를 좋아했던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때 나로도항을 삼치의 어업전진기지로 삼았을 만큼 나로도 삼치는 최고로 친다.

구이로 먹는 30~50㎝는 삼치 새끼로 나로도에서는 삼치 축에도 못 낀다. 적어도 1㎏이 넘어야 그나마 삼치라 불리고, 3㎏이 넘어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다. 5㎏ 정도 되는 삼치도 '중치' 정도고 큰 삼치는 1m가 훨씬 넘는 것도 있다. 가장 맛이 좋은 건 12월에서 1월에 나는 3~4㎏의 삼치다.

전남 고흥 삼치회. 묵은지와 같이 먹는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남 고흥 삼치회. 묵은지와 같이 먹는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매일 오전 8시, 오후 2시 두 차례 경매가 열리므로 시간을 맞춰 경매현장을 잠시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삼치회는 활어회가 아닌 선어회로 즐긴다. 삼치는 잡히자마자 속절없이 죽고 마는 급한 성격이라 경매가 끝나자마자 바로 얼음에 채워져 2~3시간 정도 냉장 숙성에 들어간다. 4∼6월까지 산란기를 보낸 삼치는 가을부터 월동준비를 위해 살을 찌우기 때문에 겨울철이 제철이다.

삼치회는 두툼하게 썰어서 나오는데, 김 위에 올려 양념장을 곁들여 먹거나 묵은지에 싸서 먹는다.

볼거리로는 이순신 장군이 발포만호로 수군 첫 부임을 했던 발포리에 발포역사전시체험관이 있고, 팔영산을 중심으로 남열해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팔영산자연휴양림이 있다. 우주와 우주탐사장비에 대해 배워보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과 다양한 목재체험을 할 수 있는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은 고흥의 대표적인 체험공간이다.

고흥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이 해거름녘이라면 중산일몰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해넘이 장관도 놓치지 말자.

▷ 당일 코스: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 → 발포역사전시체험관 →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 나로도항

▷ 1박2일 코스: (첫째 날) 소록도 → 거금생태숲 → 발포역사전시체험관 → 남열해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 팔영산자연휴양림 → 숙박 (둘째 날)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 →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 봉래산 삼나무숲 → 나로도항
전남 고흥. 삼치배는 배에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꽂고 있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남 고흥. 삼치배는 배에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꽂고 있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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