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 멈췄다…전환기 맞은 화장품 브랜드숍
상위 10개 브랜드 2010~2016년 실적 분석…2011~2013년 정점, 정체기에 매출 역신장한 업체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배영윤 기자 | 2017.04.25 04:44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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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린 지난 3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관광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2017.3.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K뷰티' 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최근 수년간 폭풍성장한 업체들은 실적 정체기를 맞았다. 경기 침체와 트렌드 변화,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4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상위 10개사의 최근 7년간(2010~2016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4년까지 연 평균 20~30% 안팎에 달했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12.8%로 낮아졌다.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거나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업체들도 있다.
◇2011~2013년 시장 정점…정체기 이미 시작됐다=지난해 1위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매출액 7679억원으로 전년보다 30%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에뛰드(4위)와 바닐라코(9위), 더샘(10위)도 각각 23%, 30%, 95% 증가한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위 업체인 더페이스샵(3%)을 비롯해 3위 에이블씨엔씨(미샤·7%), 7위 토니모리(6%), 8위 스킨푸드(3%) 등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치를 훨씬 밑돌았다. 잇츠스킨(5위)과 네이처리퍼블릭(6위)은 전년보다 매출액이 각각 16%, 8% 감소하는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연도별 실적 성장률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11~2013년 가장 높았고 이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2013~2015년까지 매출액이 감소하는 역신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숍 사정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올 1분기 이익이 감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상위 업체들의 매출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무서운 속도로 커지던 전체 브랜드숍 시장도 성장 속도가 더뎌졌다. 국내 브랜드숍 시장은 2010년 첫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1년 1조5000억원, 2012년 2조3000억원 등으로 연 평균 50% 이상 급성장했다. 이후 2013년 2조6000억원(13%↑), 2014년 2조9000억원(11.5%↑), 2015년 3조2000억원(10.3%↑), 2016년 3조5000억원(9.3%↑) 등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시장과열·트렌드 변화…해외진출·편집숍 전환 생존 몸부림=화장품 시장 성장을 견인했던 브랜드숍이 정체기를 맞은 것은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국내에선 '365일 연중세일', 해외 시장 확장 경쟁에 나섰는데 이것이 신규 고객 확보 등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이익률 저하 등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브랜드숍 시장이 본격 확대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브랜드숍은 저렴하고 품질 좋은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고가의 수입 화장품 중심의 백화점 유통 채널 고객들을 흡수했는데 최근 온라인·모바일·편집숍 등으로 재편되는 트렌드 변화에 밀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대표적인 편집매장인 올리브영은 2013년 4578억원이던 매출액이 2014년 6311억원, 2015년 7604억원, 2016년 1조1270억원으로 급증했다. 3년새 146% 증가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의 한 축인 브랜드숍의 성장세가 최근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시장 진출, 신제품·신유통 개발 등으로 업체마다 제2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과 외교 갈등으로 수출이나 영업에 애를 먹는다고 K뷰티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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