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펜벤다졸' 중단에…암환자들 "신기루였나" 낙담

일부 누리꾼 "개인마다 달라" 여전히 효능 기대…전문가들 "효과·안전성 입증안돼"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0.09.20 11:42  |  조회 3189
/사진=김철민 페이스북
/사진=김철민 페이스북
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이 동물용 구충제 복용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건강 악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의 회복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암 환자들의 상실감도 커진 표정이다.

김철민은 지난 18일 SBS '8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 중단 사실을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김철민은 구충제를 활용한 항암 치료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8개월 간 복용하던 펜벤다졸을 끊었으며, 신약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앞서 김철민은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뒤 병세가 지속적으로 나빠지던 가운데 개 구충제 펜벤다졸로 사람의 암을 치료한 해외 사례를 접하고, 작년 9월부터 복용을 시작했다고 대중에 알렸다.

김철민은 구충제를 복용한 뒤 통증이 완화되는 등 병세가 호전됐다고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 왔다. 그러나 SBS와의 인터뷰에서 욕심이 나면서 복용량을 늘렸고 결국 이것이 건강을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구충제 복용을 통해 기대했던 암 치료 효과를 얻지 못했고, 암세포는 다른 곳으로 계속 퍼졌다고 전했다. 지난달엔 경추 5번에 암이 전이돼 인조뼈를 넣는 수술을 받았다. 김철민은 "구충제가 암을 죽이지는 못했다. 통증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지만, 그때뿐이었다. '이건 아니다'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암 환자들 "좋은 결과 기대했는데…"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전문가 진단이 쏟아졌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한 가닥 희망으로 김철민의 회복을 응원했던 암환자들의 상실감 역시 상당히 커진 모습이다.

특히 김철민이 구충제를 복용한 이후인 작년 12월 검진 결과에서 "암 종양 수치가 많이 줄어들었다", "간 수치, 콩팥 기능도 정상으로 나왔다.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고 전하며 기대감은 더 커진 상태였다.

실제로 암 환자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철민이 펜덴다졸을 끊었단 소식이 전해지자 "속상하다" "신기루였다"는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모든 암 환자가 희망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안타깝다"고 적었으며, "결국 암 환자들이 희망고문만 당한 꼴이 됐다"며 낙담한 반응도 나왔다.

그럼에도 펜덴다졸 복용은 결국 '개인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여전히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철민이 '항암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 누리꾼은 "항암제가 모두에게 듣는 게 아니듯 구충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나는) 구충제 효과 봤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구충제 효과를 봤다는 분들은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와 병용한 경우다. 효과가 있을 시 병원이나 의사의 처방보다 본인이 선택한 구충제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이라며 구충제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전문가들 "동물용 구충제 복용, 신중해야"


동물용 구충제를 활용한 항암 치료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지속해 왔다.

김철민의 복용 개시로 동물용 구충제에 관심이 크게 집중됐던 작년 9월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펜벤다졸은 사람 대상 임상 실험을 통해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알아보는 논문은 10편 이내 있는데, 그 연구들 역시 사람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말기 암 환자가 복용하는 것에 대해 명 교수는 "펜벤다졸이 동물에게만 승인된 약이라는 것이 한계"라며 "의사들이 사용하는 데는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다. 그래도 원하는 경우에는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영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같은 날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펜벤다졸이 완치를 했다'라는 것은 너무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이가 신약 관련 임상 실험에 참여한 데다 펜벤다졸과 함께 비타민E, 커큐민 등 다양한 성분을 먹었기 때문에 어떤 게 어떤 효과를 줬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또 "표준 요법으로 얼마나, 얼마 기간으로 몇 ㎎의 용량을 먹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것들이 검증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런 표준치료용법으로 우리가 확인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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