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이선호씨 추모 "불의한 죽음에 무감각하지 않아야"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1.05.11 13:17  |  조회 2684
작가 허지웅/사진=허지웅 인스타그램
작가 허지웅/사진=허지웅 인스타그램
작가 허지웅이 300㎏ 컨테이너 벽에 깔려 숨진 '평택항 사고'의 피해자 대학생 이선호 씨를 추모했다.

허지웅은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선호 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허지웅은 "이선호는 스물세살의 젊은 청년이다. 지난해 군에서 전역한 그는 생활비를 벌어보겠다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정리작업을 하다 컨테이너 벽에 깔려죽었다"고 평택항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스무날이 지났지만 그의 빈소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며 "원청업체 측은 고인이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저는 안전모를 쓰고 있다고 해서 300㎏의 컨테이너벽 밑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었고, 안전모를 따로 지급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지웅은 이어 산업재해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해 적어내려갔다.

허지웅은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에 원청업체가 책임을 지는 건 언뜻 당연한 상식처럼 보이지만 위험한 업무를 외주와 하청에 전가하고 등 돌리는 현실 앞에서는 그런 상식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허튼 소리가 된다"며 "반년 후 시행될 중대재해법이 해결책이 될까.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지웅은 "불의한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지노선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이선호 씨를 애도했다.


다음은 허지웅의 인스타그램 글 전문.


이선호는 스물 세살의 젊은 청년입니다.
지난해 군에서 전역한 그는 생활비를 벌어보겠다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정리 작업을 하다가 컨테이너벽에 깔려 죽었습니다.
스무날이 지났지만 그의 빈소는 아직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사과를 받기 전에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은 단단하고 붉었습니다.
원청업체 측은 고인이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안전모를 쓰고 있다고 해서 300㎏의 컨테이너벽 밑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었고, 안전모를 따로 지급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만 206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이선호의 죽음 이후 오늘까지 그 스무날 동안에도 산업재해로 두 명의 노동자가 더 죽었습니다.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에 원청업체가 책임을 지는 건 언뜻 당연한 상식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위험한 업무를 외주와 하청에 전가하고 등 돌리는 현실 앞에서는
그런 상식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허튼 소리가 됩니다.
반년 후 시행될 중대재해법이 해결책이 될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불의한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지노선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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