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에도 안 죽였다"…'태종 이방원' 말 학대, 과거 사극 조명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2.01.21 09:04  |  조회 10100
/사진=KBS '용의 눈물', '육룡이 나르샤' 속 낙마 장면
/사진=KBS '용의 눈물', '육룡이 나르샤' 속 낙마 장면
"26년 전에도 말은 안 죽였다"

KBS가 대하사극 드라마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말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KBS 측이 사과한 가운데 누리꾼들은 과거 KBS의 사극 속 낙마 장면과 함께 무려 27년 전에 제작된 해외 영화의 촬영 방식까지 들며 제작진의 말 학대를 비난하고 있다.

지난 20일 동물권 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현장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말의 다리에는 와이어가 묶여 있었다. 뒤쪽에 있는 스태프들이 와이어를 잡아 당겨 말을 강제로 넘어뜨린다. 이 과정에서 말은 심하게 고꾸라진다. 말은 촬영 일주일 후 사망했다.

KBS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 촬영 모습 /사진=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가 영상을 공개한 뒤 KBS는 지난해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과했다.

KBS는 "당시에는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어 돌려보냈으나 촬영 1주일쯤 뒤 안타깝게도 사망했다"며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1996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용의 눈물' 속에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은 이미 달랐다. 배우가 놀라는 장면에 이어 스턴트 배우가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붙여 낙마 장면을 연출했다. 말이 고꾸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2014년에 방송된 '정도전', 2015년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그렇다. 달리는 말의 다리나 말이 놀라는 모습과 함께 낙마를 연출했다. KBS는 26년 전에 이미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 촬영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영화 '브레이브 하트' 촬영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논란에 27년 전 할리우드 영화의 낙마 장면까지 언급되고 있다. 1995년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는 달리는 말에서 배우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실제 말이 아닌 말 모양 소품을 사용했다. 실제 영화에서는 달리는 말을 합성했다.

누리꾼들은 "26년 전에도 말은 안 죽였다",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이 제일 어색하다", "예전 드라마보다 미개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20일 동물자유연대가 올린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은 21일 오전 8시 기준 5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K**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동의수 3만5000명을 넘었다. '태종 이방원'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중단·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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