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가득한 집에 고양이 30마리와 동거…'유명가수' 누나였다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2.08.07 09:54  |  조회 236990
/사진제공=SBS
/사진제공=SBS

철거 직전 쓰레기로 가득찬 집에서 고양이 30마리와 함께 사는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집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김미숙(가명)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김미숙씨의 집은 고양이 배설물과 쓰레기로 가득 차 신발 없이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김미숙씨는 전등도 켜지지 않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10년째 고양이들과 살고 있다고 했다.

김미숙씨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받은 돈을 모아 고양이를 각별히 챙기고 있었다. 아픈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갈 여력이 되지 않아 집에서 직접 치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구입한 유산균, 지사제 역할을 하는 숯 등을 구입해 먹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숙씨는 자신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에서 고양이를 살뜰히 챙겼지만 생활 환경은 썩 좋지 않았다. 30마리의 고양이들은 오물로 뒤덮인 지저분한 방안에서 생활하거나 좁은 케이지 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유명 가수 동생 뒀지만…"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


김미숙씨를 돕거나 보살펴 줄 가족은 없는 걸까.

김미숙씨의 한 지인은 "가족이 동생 하나다. 그런데 그 동생이 공인이다. 언니는 가족들한테 폐를 끼칠까봐 얘기만 나와도 부들부들 떤다"고 전했다. 김미숙씨의 유일한 가족은 80년대 이름을 널리 알린 유명 가수 김모 씨였다.

김모씨는 제작진과 통화에서 "누나의 상황을 알고 있다"면서도 "대화 자체가 안 된다.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활비를 계속 대줬었는데 누나가 모든 것들을 고양이한테 집중하더라. 자기 건강을 해치면서도 그러더라"며 "아파트를 얻어서 계약을 해줘도 고양이 때문에 안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끊은 지는 몇 년 됐다. 생활비를 주니까 훨씬 더 많은 고양이를 데리고 오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누나 김미숙씨가 고양이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혼자 살면서 고립돼 뭔가 외로움에서 기댈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추측하며 "누나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 독립 후 남매 사이에 금갔다"…고양이 향한 집착 이유는


그러나 김미숙씨의 사촌언니는 "미숙이는 원래 동생들 챙기고 식구들하고 같이 사는 거 이상의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동생이 조금씩 수입이 늘어나고 결혼을 하면서 남매 사이가 금이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미숙씨는 과거 만화영화의 그림을 20년 간 그린 애니메이터로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해온 인물이었다. 그는 '로봇 태권V', '황금날개' '날아라 원더공주' 등의 만화영화의 제작진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그러나 김미숙씨는 "누나니까 가족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동생의 독립 후 아프고 버려진 고양이들에 집중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미숙씨는 "귀여워서 주워오는 게 아니다. (고양이가) 아프면 그냥 죽지 않나. 죽으면 너무 안 됐지 않나. 내가 아직 여력이 있으니까 데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제작진이 "혹시 고양이를 입양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실 거냐"라고 묻자 김미숙 씨는 "정말 좋은 분이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나도 괜찮다. 나한테 있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라며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오랜 설득 끝에 김미숙씨는 더 나은 환경으로 고양이들을 보내주기 위해 소유 포기 각서를 썼고,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 지역 동물병원까지 나서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김미숙씨가 보살피던 동물들은 당분간 보호시설에 머물며 치료를 받은 뒤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또한 지저분했던 집 역시 깨끗하게 정리를 마쳤고, 지자체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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