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묶은 뒤 불 지르고 촬영까지…가해자는 집행유예·벌금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01.27 07:42  |  조회 3164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집단 폭력 사건 3년 후에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자신의 생일날 가해자들이 몸을 결박한 채 불을 질러 전신에 화상을 입게 된 피해자 이경환(가명) 씨가 출연했다.

집단 폭력을 당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경환씨의 몸 곳곳에는 여전히 화상 흉터가 남아 있었다.

그는 "누워있을 때나 잘 때 오른쪽으로 돌아 누워있으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간지럽고 따갑다. 햇빛 같은 거 비추면 진물 나오고 살가죽이 벗겨진다. 무조건 모자 쓰고 생활해야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경환 씨의 어머니는 "아들 전화로 박진호(가명)가 '어머니 경환이 지금 화상 입어서 병원가는 길이다'라고 하더라. 갔더니 이미 붕대로 다 감겨있더라. 눈만 보였다. 진호는 옆에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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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친한 친구들과 즐거운 생일을 보내던 경환씨는 그가 일하던 노래방의 단골손님들로부터 생일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경환씨는 다른 친구들과 있다는 이유로 이벤트 참석을 거절했으나 이들은 그를 찾으러 왔다.

이들은 경환씨가 나오자마자 얼굴에 복면을 씌워 인적이 드문 공터로 데려갔고, 준비한 의자에 팔다리를 묶은 채 의자 주변에 휘발유를 뿌린 후 폭죽으로 불까지 붙였다. 경환씨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결국 이로 인해 경환씨는 팔과 다리 등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는 "입고 있던 옷과 슬리퍼가 다 녹아내릴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당시 위치는 구급차가 들어 올 수 없는 지역이라 경환씨는 가해자 차를 타고 직접 병원까지 가야만 했다. 게다가 처음 간 병원에는 화상 병원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경환씨는 "차 안에서 토하고 진물이 떨어졌다. 제가 '너무 아프다, 고통스럽다, 죽을 것 같다'고 소리를 질렀다. 화상 병동에 도착했을때도 제가 볼펜 잡고 직접 접수했다. 스스로 응급실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몸의 40%에 해당하는 부위에 화상을 입은 경환씨는 그 중 20%는 피부 전체가 손상된 3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로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으나 치료 과정 역시 고통이었다. 사고 후 한 달 반 만에 든 병원비만 4000만원에 달했다.

경환씨는 "수술실에서 비명지르고 울었다. 드레싱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 한번은 부모님한테 '이렇게 고통받으면서 치료하고 살아갈 바에는 그때 죽어버릴 걸 그랬어. 엄마, 미안해'라고 했다. 그 정도로 고통스러워서 해선 안될 말을 부모님한테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가해자 4명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경환씨의 어머니는 "코로나19 시기니까 재판이 자꾸 미뤄지더라. 근데 병원비는 계속 늘어나니 조급했다. (주위에서) 합의를 해도 집행유예, 안 해도 집행유예라더라. 아들은 그 전에도 '나는 걔네 감옥 갔으면 좋겠어. 나는 절대 용서하고싶지 않아'라고 했지만 저는 당장 병원비를 써야 하니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돈 1000만원이라도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 않나.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했는데 아들한테는 말할수 없었다. 아들 마음은 어떻겠냐"고 속상해했다.

결국 가해자들은 실형을 피했다. 혐의는 중과실치상으로, 초범이고 합의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참작됐다. 끝내 가해자들의 처벌은 집행유예와 벌금에 그쳤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치밀하게 준비한 내용들을 감안할 때 얼마든지 불이 붙을 가능성을 고려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며 "이런 식의 행위를 계획했다는건 피해자를 본인들과 동등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폭죽을 터트리고 불을 질러 그사람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촬영하는 거다. 이들의 목적은 그거였던 것같다. 우리에겐 3년 전 사건이었지만 피해자의 뇌는 매일매일 불에 타는 경험을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이 가운데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가해자 중 한 명인 박진호 씨와 전화 연결에 성공했다.

박씨는 민사 진행 중인 사실을 알고 있다며 "(가해자 중) 나머지 3명은 연락 안되고 피해자한테 돈 갚을 생각을 안하고 있단 거다. 저는 재판 출석 한번도 빠짐없이 다 진행하고 있고 피해자한테 사과도 많이 했는데 언론에 알려진게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사건 진행을 해봐야 할 것같다"고 말을 아꼈다.

제작진이 "피해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한다"고 하자 박씨는 "알고 있다. 민사적으로 책임을 진 다음에 제가 사과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피해자인 경환씨는 이미 후유장애 진단을 받고 일상생활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경환씨는 "배고파도 간단하게 라면이나 계란프라이라든가 혼자서 해먹을 수 있었는데 가스레인지 켜는것만 봐도 무섭다"고 했다.

이어 "악몽을 꾸고 발작을 일으키면서 깨어나면 그때 다쳤던 화상 부위들, 그 넓은 면적에 그대로 고통이 오더라.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을 아예 제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빼앗겼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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