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과 있던 남편, 임신한 아내 모른척…"없는 인간이었다" 오열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03.07 08:05  |  조회 38409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30년 간 지적장애 아들 둘을 키워낸 아내가 아이 양육에 무심했던 남편에 받은 상처를 털어놨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열혈 엄마 VS 무덤덤 아빠 - 열무부부'가 출연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만났다.

이날 방송에서 아내는 남편에 대해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들한테 아들이 장애 있다는 걸 말 안 한다"며 3분이면 가는 아들 학교 운동회에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인데 남편이 하지 않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내는 "'애 많이 썼다. 고맙다'는 말이 듣고 싶은 거지, 결혼 기념일이라고 선물 받고 케이크 받고 싶은 게 아니다. 따뜻한 말, '당신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당신이 있어 우리 애들이 잘 됐다'는 말이 듣고 싶은 거다. 그래서 남편한테 따뜻하게 말해달라고 했지만 '안 되는 걸 어쩌라고'라고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떠올리며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어.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어딨냐고.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냐, 노력을 안 한 거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뭘 더 못 하냐"며 오열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남편은 두 아들 양육에도 무관심했다.

아내는 "큰애는 일반 학교에 다녔는데 학교에서 특수한 아이를 가르쳐 본 적이 없어 힘들었다. 선생님이 케어가 불가능해 교실 앞에서 제가 지키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비 오는데 비 맞고 다니니까 못 나오게 하고 소풍도 따라가고 선생님 도시락까지 다 챙겼다. 그런데 그때 애 아빠가 안 도와줬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산에서 인천까지 치료를 위해 갔었는데 부산역으로 데리러 와 달라고 했는데 회식 있다고 거절했다. '갔다 왔는데 어땠냐'고 안 물어보고 외면했을 때 애 아빠의 외면이 정말 힘들었다. 언어, 놀이, 음악, 미술 등 치료란 치료는 다 해봤는데 위로를 해 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아내는 30년간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무시해온 남편 때문에 늘 증거를 준비하는 습관을 갖고 날짜별로 메모해 둔 노트를 펼치며 따졌다.

아내는 남편의 퇴직 이후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고 했지만 남편이 도와준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아 할 수 없이 공부를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남편은 당시 인공 관절 수술 때문에 아파서 도와줄 수 없었다고 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수술 날짜와 자신이 부탁한 날짜가 적힌 노트를 들고 하나하나 반박하고 나섰다.

아내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방치되고 집에 가서 아이 밥을 챙겨야 해 결국 포기했다고 했다.

아내는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되니까 "그때 제 모든 게 무너졌다. 우울증이 심해져서 극단적인 시도도 두 번 했다. 애 아빠는 그 모습을 보고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아내는 만삭 때 남편에게 받은 상처를 털어놓기도 했다.

아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 중독 증세로 고생하고 있었지만 퇴근 시간에 맞춰 장터로 나오라고 한 남편을 위해 나섰다.

아내가 남편을 만났을 땐 옆에 여자 직원들이 있었고, 아내가 남편에게 다가갔지만 남편은 이를 모른 척 했다.

아내는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고, 살이 쪘고 붓고 한 상태였는데 날 인정하지 않고 모른 척했다는 것 자체가 서운했고 큰 상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은 "당시엔 회사에서 동거 사실을 몰랐을 때라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피하게 됐다. 바로 인정을 했어야 했는데 싸움이 날까 봐 인정하지 못하고 최근에서야 털어놨다"고 말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아내는 "지금은 인정했을지 모르지만 전엔 인정 못했다. 끝까지 '기억 안 난다' '모르겠다'고 우겼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않나. 나랑 첫째 아들을 없는 인간으로 보는 거 아니냐"며 오열했다.

남편은 "3년인가 5년 전에 사과했잖아"라고 상황을 회피하려 하지만 아내는 "자기는 맨날 잘못했다 미안했다 하는데 뭘 사과했는데? 진짜 사과했으면 내가 여기까지 왔겠냐고"라고 속마음을 토했다.

아내는 "애들도 나보고 힘들다하고 그럼 나는 어디다 하소연 하냐. 나는 남편 잡고 하소연하고 싶은데 당신은 나를 거부하고 가버리고. 난 진짜 억울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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