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레드카펫'이 사라졌다…62년 만의 '파격'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03.13 13:09  |  조회 3282
영국 배우 플로렌스 퓨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샴페인 카펫에 오른 모습./AFPBBNews=뉴스1
영국 배우 플로렌스 퓨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샴페인 카펫에 오른 모습./AFPBBNews=뉴스1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레드카펫이 사라졌다. 62년 만의 변신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61년부터 매년 시상식장에 붉은색 레드카펫을 깔고 시상식에 참석하는 영화인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올해 시상식에는 레드카펫 대신 샴페인색 카펫이 깔렸다.

12일(현지시간) 버라이어티,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의 파격적인 변신은 매년 미국의 대규모 패션 행사인 '멧 갈라'(Met Gala)를 담당해온 패션 매거진 '보그' 편집자 출신의 리사 러브와 멧 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울 아빌라의 작품이다.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샴페인 카펫에 오른 모습./AFPBBNews=뉴스1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샴페인 카펫에 오른 모습./AFPBBNews=뉴스1

시상식 측은 오스카 참석자들의 우아함을 반영하기 위한 변화로 일몰의 해변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초콜릿빛 갈색 역시 새 카펫 후보 색상이었으나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설치될 주황색 텐트와 어우러지는 가볍고 차분한 색상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리사 러브는 "시에나 색상의 텐트와 샴페인 색상의 카페트는 '골든 아워'에 샴페인 한 잔을 손에 들고 백사장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62년 만의 변화로 관심을 모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 카펫은 골칫거리가 됐다.

영화인들이 카펫을 밟기 전부터 언론인, 홍보 담당자 등이 현장을 누비면서 이미 진흙 투성이가 됐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시상식 현장에서는 더러워진 카펫 일부를 잘라내고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안젤라 바셋은 "카펫이 달라졌다"며 놀라면서도 "하지만 상관 없다. 내가 입고 있는 의상과 잘 어울린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코미디언 겸 방송인 지미 키멜./AFPBBNews=뉴스1
미국 코미디언 겸 방송인 지미 키멜./AFPBBNews=뉴스1

이번 시상식의 진행을 맡은 미국 코미디언 겸 방송인 지미 키멜은 "레드 카펫 대신 샴페인 카펫을 선택한 결정이 우리가 피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는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시상자로 오른 코미디언 크리스 락의 뺨을 때린 사건을 언급한 것이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대표 시상식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총 11개 부문(여우조연상 후보 2명)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로, 올해 작품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양자경이 수상에 성공할 경우 아시아계 배우 최초 수상이라는 역사를 쓰게 돼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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