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지겹지?" 도발에 RM 답변, 황석희 번역으로 직접 보니…'감탄'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03.14 16:49  |  조회 4247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사진제공=MMA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사진제공=MMA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의 외신 인터뷰가 화제를 모은 가운데 번역가 황석희가 이를 직접 번역하고 그 내용을 호평했다.

황석희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RM의 인터뷰가 핫하길래 원문을 봤다"고 밝혔다.

RM은 최근 공개된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RM은 "K 수식어(K팝 등 한국 콘텐츠를 뜻하는 수식어)가 지겹지 않냐", "완벽에 대한 숭배, 지나친 노력 등은 한국의 문화적 특질이냐" 등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 현명한 답변을 내놔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황석희 인스타그램
/사진=황석희 인스타그램

RM의 인터뷰 원문을 살펴봤다는 황석희는 "한국인은 왜 이리 자신을 몰아세우는가에 대한, 100% 저 이유에서만은 아니겠지만 '그렇기도 하겠구나' 하는 설득력 있는 통찰"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인은 향상심과 경쟁심이 강한 민족이다. 물론 향상해야 한다는 경쟁으로 내몰린 것도 인정해야 할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우리 안엔 뚜벅뚜벅 계속해나가는 DNA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황석희는 "기사에선 'ancestor'를 '조상'(심지어 '조상님들께서')이라고 번역한 곳들이 많던데 여기선 조상이 아니라 '선구자'나 '앞서갔던 사람'의 뜻으로 쓰인 말"이라고 짚었다.

이어 "진짜 민족주의적 표현의 '조상님'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K팝 조상님'이란 말도 간혹 쓰이니까 일견 맞는 말일 수도?"라고 덧붙였다.

황석희는 화제가 된 RM의 인터뷰 원문을 직접 번역해 공개했다.

황석희의 번역에 따르면 매체는 "K팝 스타들은 생존 경쟁 속에서 수년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는 시스템을 겪으며 데뷔 후에도 자신을 엄청 몰아세운다.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RM은 "회사에서 내가 이 질문에 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일부분 인정하니까. 어떤 기자들은 내가 '청소년들을 파멸시키는 끔찍한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고 기사를 쓸 거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이 독특한 산업에 일조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약 조건이나 교육 방식 등 많은 부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개선됐다"고 소신 있는 답을 내놨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사진=뉴스1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사진=뉴스1

"케이팝의 젊음, 완벽에 대한 숭배, 지나친 노력 등은 한국의 문화적 특질인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이는 K팝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RM은 현명한 대답을 내놨다.

RM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러한 특징을 만들어낸 것이라 답했다.

그는 "서구인들은 이해 못 한다. 한국은 침략당하고 황폐화되고 두 동강 난 나라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나라였다. IMF와 UN의 도움을 받던 나라.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람들이 발전하려고 미친 듯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해내려면 그것들이 필요하다. 그게 K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판단의 회색 지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원래 너무 빠르게, 격렬하게 일어나는 일에는 부작용이 있는 법"이라고 짚었다.

또한 RM은 'K 수식어가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는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업체)가 우릴 전부 'K팝'이라고 부르는 게 지긋지긋할 수도 있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다.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다. 우리보다 먼저 갔던 분들이 쟁취해낸 품질을 보장하는 라벨"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황석희가 번역한 RM의 인터뷰를 본 한 누리꾼은 "관심을 끌기 위한 질문이 많았으나 이 이상의 현답이 가능했을까 싶다. 모두 슬슬 피로감을 느끼던 K수식어에 대한 질문에도 프리미엄 라벨이라고 답변한 점은 제 생각도 확장시켜줬다. 너무 멋지다"고 감탄했다.

이외에도 누리꾼들은 "한국인의 특징을 다른 말로 우아하게 표현한 글이더라. 영감을 주는 글이었다", "우와, 대답 멋지네요", "이렇게 읽으니 내용이 확 더 와닿네요. 새삼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황석희는 영화 '데드풀', '서치', '보헤미안 랩소디' 등을 번역한 유명 번역가다. 지난해 2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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