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월급 닦달하는 아내…남편 "머리 하얘진다, 답답해"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03.20 23:54  |  조회 20587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남편이 돈 문제를 해결 못할 걸 알면서도 닦달하는 아내와 이를 괴로워 하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20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소통이 꽉 막혔다는 결혼 20년 차 '철벽 부부' 김옥경(46) 이재용(45)가 출연했다.

이들 부부는 과거 아내의 적극적인 구애로 만남 일주일 만에 동거를 시작, 이후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아내는 남편의 얼굴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힌다고 토로했다.

남편은 거실에서, 아내는 안방에서 각각 지내며 대화는 문자로만 하는 일상이 공개됐다. 아내는 방문을 걸어잠그는 등 이들은 한 공간에 있는 것도 피하는 모습이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철벽 부부의 갈등은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민낯을 드러냈다.

아내는 '보험왕'에도 등극한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남편은 자동차 부품 만드는 회사에서 현장 관리를 하며 하루 8~10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는 과거 적은 수입을 메꾸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어 생긴 빚을 갚느라 매달 부족한 돈을 지인에게 빌리며 생활 중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몇 달 동안 월급이 안 나오다보니까 생활비가 떨어져서 빌려쓰게 됐다"며 "제가 남편에게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고 말했는데 앞에서는 잘됐다면서도 뒤돌아서면 자기는 모른다는 식이다. 이야기해도 상의가 안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빚 독촉 전화를 받은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월급 언제 들어오냐"며 닦달했으나 직장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전화를 받은 남편은 "그때쯤 나올 것 같다. 회사에 물어는 보는데 장담은 못한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

이에 아내는 "내가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하겠나. 매번 그런 식이면"이라며 원망을 쏟아냈고, 남편은 크게 괴로워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상처만 입은 채 통화를 끝냈다.

남편은 "그런 상황이 너무 싫다. 돈 문제로 전화가 오면 해결 방법이 없다. 전화 받고 나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전화 받는 상황도 답답하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그 상황도 제가 능력이 있었으면 그런 상황을 아예 안 만들텐데 답답하다"고 자책했다.

출연진은 남편에게 대우가 더 좋은 곳으로 이직 생각이 없는지 물었으나 남편은 "(이직으로) 한 달 월급이 늦어지면 생활이 안 되니까 현재 상태라도 유지하려고 그렇게 다니는 것"이라며 "다른 곳에 적응을 잘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아내는 "그게 제일 큰 것 같다. 30대 때 큰 회사를 알아봐줬는데 이력서 넣어보라 하니 '다른 회사에 가면 처음부터 일을 배워야 하고,새로운 사람과 적응을 해야 하지 않나'라고 하더라. 그게 불편하다며 안 가더라"라고 말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이를 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아내가 남편의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는데도 남편을 무리하게 몰아붙인다. 월급 이외에 돈을 융통해올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지 않나. 그걸 이미 알고 계시지 않나. 남편이 돈을 버는 재주는 딱 그 정도라는 걸 알고 계시지 않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남편이 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무리하게 몰아붙이는 면이 있다"며 "남편에게 전달하고 싶은 다른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아내는 "그냥 저는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 이게 이렇게 힘드니까 대화하면서 방법을 찾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저도 모르게 쪼는 식으로 나가게 되더라"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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