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쏟아진 충암고 교장 "충암파 졸업 40년 넘어" 억울함 호소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4.12.14 15:30  |  조회 4156
/사진=SBS '모닝와이드' 방송화면
/사진=SBS '모닝와이드' 방송화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이를 주도한 이들이 모두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알려지면서 학교에 민원이 빗발치자 충암고등학교 이윤찬 교장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에는 이윤찬 교장이 출연했다.

앞서 지난 3일 밤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를 주동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이 모두 충암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후 이들을 '충암파'라고 지칭하기도.

이에 대해 이 교장은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정말 엄청났다. 이틀간 100여 통 넘게 왔다. 부재중 전화까지 합친다면 훨씬 더 많은 전화가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녹화 중에도 충암고 행정실에는 민원 전화가 걸려 왔다. 민원인은 "인성교육 안 시켜요? 인성교육 잘 시키는데 나라가 왜 이 모양이에요?"라며 "충암고 애들 못 돌아다니게 해달라. 인성 안 좋은 애들하고 길에서 시비가 걸리거나 그러면 (어떡하냐?)"이라고 따졌다.

이 교장은 "애들은 한참 민감하고 위축되고 (비난이) 폭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 봐 걱정"이라며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이) 화가 나지만 대통령실 전화번호를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럼 이 원망을 쏟아부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충암고) 졸업생들이 많으니까 학교인 것 같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충암고등학교 이윤찬 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충암고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모교로, 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은 최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충암고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충암고등학교 이윤찬 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충암고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모교로, 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은 최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충암고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식 입장문을 작성한 것과 달리,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 교장은 "우리가 성명을 발표하면 정치적 중립 위반 시비에 휘말려 교원들이 다칠 수 있다. 교육기본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충암파와의 관계성에 대해 이 교장은 "정말 억울하다. 장관이 되고, 사령관이 되고 그러면 모교 동문 초청 강연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충암파와 관계 형성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분들 졸업한 지 40년이 넘었다. 이분들 가르쳤던 선생님들 한 분도 안 계시고 지금 다 은퇴하셨다"라며 "충암고등학교에서 딱 3년 지냈고, 졸업한 이후 30년간 형성된 세계관과 카르텔은 구별 좀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장은 윤 대통령에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 후보 시절 당시 충암고를 방문했으나, 무려 150명을 대동하고 나타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 교장은 윤 대통령이 당시 30분 야구부와 행사를 진행한 뒤 학교도 둘러보지 않고 떠났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앞으로 저와 교직원들이 더 노력해서 (충암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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