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이 가방, 한국 장인과 협업했는데…"문화 도용" 중국이 발끈
논란된 펜디 가방, 지난해 11월 협업 제품…중국 반발에 SNS 게시물 삭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5.02.28 13:37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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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FENDI)가 지난해 11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김은영 명예매듭장과 협업해 선보인 바게트 백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이 "문화 도용"이라며 브랜드 측에 항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펜디(FENDI) |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펜디가 최근 제품 디자인의 문화적 뿌리를 한국으로 잘못 설명했다는 비난을 받은 뒤 분쟁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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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FENDI)가 지난해 11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김은영 명예매듭장과 협업한 바게트 백을 선보이며, 제작 과정이 담긴 사진들을 공개했다. /사진=펜디(FENDI) |
그간 펜디는 이탈리아, 호주, 스코틀랜드 등 전 세계 장인과 협업한 바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김은영 명예 매듭장이 제작에 참여해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의례 복식을 장식하는 데 사용된 망수 무늬를 사용한 가방을 선보였다.
당시 펜디는 이 가방을 출시하며 "한국에서는 1965년부터 단일 긴 끈을 묶고 고정해 장식 매듭 형태로 여러 모양을 만드는 전통 공예인 매듭을 전문으로 하는 현지 장인 김은영과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 게시물이 중국 SNS에 공유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펜디가 중국 문화 요소를 도용했다며 발끈했다.
매체는 "이 논란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전통 장식 수공예품인 중국 매듭과 비슷하게 짜인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가방에 초점이 있다"며 "펜디의 제품 설명은 (장식 매듭이) 한국의 장인 정신에 기인한 것으로 즉, 한국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누리꾼이 펜디가 중국 문화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시나 웨이보에서 관련 주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펜디의 협업 백 디자인은 미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중국 매듭 기술을 한국의 장인 정신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펜디는 중국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펜디 측은 해당 문제에 대한 항의를 접수해 관련 부서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관련 SNS 게시물은 내려간 상태다.
매체는 중국 매듭은 당나라와 송나라 때 시작해 명나라, 청나라 때 인기를 얻은 장식용 수공예품이라며, 복잡한 패턴이 실 하나로 짜여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매듭과 한국 매듭은 얼핏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차이가 적지 않다.
중국 매듭은 화려한 문자 모양이 특징인 반면, 우리 매듭은 국화매듭, 잠자리매듭 등 동·식물에서 이름을 따오는 등 중국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해왔다. 우리 매듭의 전통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조선시대에는 국가 소속의 매듭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협업에 참여한 김은영 명예 매듭장은 1979년 전승공예대전을 시작으로 국전, 인간문화재 공예전, 전승공예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시애틀 동양예술박물관,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 전시됐다.
펜디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는 김은영 매듭장이 한복을 차려입고 비단실을 염색·합사해 끈을 짠 후 한국 전통 매듭을 만드는 과정도 함께 소개됐다. 경상남도 고성 문수암에 구름이 드리울 때 아름답게 물든 석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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