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으로 재테크한다? 정말이네!

명품 대중화로 중고명품 '짝퉁'명품 시장 커져… 명품 재테크 사례도

이명진 김유림 기자  |  2010.10.08 16:46  |  조회 41644
↑출처 : 샤넬 홈페이지.
↑출처 : 샤넬 홈페이지.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쓰던 제품을 매매하는 중고명품 시장과 '짝퉁'명품 시장도 함께 활성화되고 있다.

샤넬 브랜드의 경우, 현재 중고가격이 3년 전 신제품 가격보다 높아 재테크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어 '샤테크'라는 말까지 생겼다.

또 짝퉁 명품시장에선 외국 잡지에 나온 제품모델 사진을 들고오면 그대로 만들어주는 '맞춤 짝퉁' 제품이 나돌 정도다.

◇샤넬 백으로 재테크가 가능하다?〓지난 7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중고 명품 매장. 샤넬, 루이비통, 구치, 프라다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중고백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곳에서 30여 분 정도 제품을 구경하는 동안에만 5명의 손님이 들러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확인했다. 특이하게도 이 중 남성 손님이 3명이나 됐다.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선물 받았다는 '까르띠에' 손목시계를 내보이며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돌아갔다.

3년 전만 해도 27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었던 샤넬 빈티지 2.55 미디엄 백이 이곳에선 390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샤넬이 최근 수년간 가격을 여러 차례 올려 현재 백화점에서는 510만원인 제품이다. 더 큰 사이즈인 라지백도 500만원 이상 줘야 살 수 있었다. 백화점에서 신품이 56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6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아무리 상태가 좋다해도 사용했던 제품이 500만원에 팔린다는 점이 놀라웠다. 매장 직원은 이에 대해 "샤넬 같은 제품은 해마다 가격이 크게 올라 몇 년을 쓰고도 산 가격 보다 비싸게 파시는 분들이 있다"며 "나름대로 재테크 수단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흔히 볼수 있다는 의미에서 일명 '지영이백'으로도 불리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스피디' 백(미디움)도 가격표에 59만원이라고 쓰여져 있다. 현재 백화점 판매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하지만 3년 정도 된 제품이었다.

3년 전 스피디백 가격은 60만원 안팎이었다. 중고 명품 업소 관계자는 "루이비통은 강북 지역에선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반면, 압구정동 같은 강남 지역에선 팔려는 수요가 웃돌아 가격이 내림세"라고 설명했다.

중고명품은 예전에는 직거래나 중고 매매 사이트를 통해 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엔 '고이비토', '필웨이', '구구스' 같은 전문 명품 중고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 중고명품 매장 내부사진.
↑한 중고명품 매장 내부사진.
이들 업체는 인터넷몰을 운영하면서 압구정동 등 강남 일대나 명동, 이대 등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매겨졌던 가격도 업체마다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주도 업체들끼리 가격을 비슷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중고 명품시장 규모는 현재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중고 명품 업계 관계자는 "명품업체들이 신제품가격을 계속 올려 중고명품 가격도 덩달아 뛰면서, 쓰던 것을 팔고 새 명품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맞춤 짝퉁까지 등장=이태원과 동대문 등지에 주로 밀집한 이른바 '짝퉁' 시장도 명품 호황의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 시장이다. 정식 매장에서 500만원을 호가하는 보테가베네타 토트백 짝퉁은 이 곳에서 '60만원'에 팔린다.

'과연 누가 가짜 제품을 60만원이나 주고 살까' 싶지만 디자인과 재질을 꼼꼼히 살피며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판매업자들 얘기다. 이태원 짝퉁 시장에서 만난 한 판매자는 "요즘은 외국 잡지에서 오려온 가방 디자인을 보여주며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짝퉁 제품도 가죽의 질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짝퉁 제품에는 'SA(Special A)', 'A', 'B' 등 등급도 있다. SA 등급은 주로 홍콩에서 제조한 가짜 제품들로 2000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버킨백은 SA 제품이 90~12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는데 업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A등급 제품은 60만원, B등급 제품은 40만원 수준으로 비슷했다.

이태원 일대에는 쇼핑객들에게 "좋은 물건이 있다"며 접근하는 호객 행위로 짝퉁 판매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골목 깊숙이 자리잡은 매장으로 손님을 데려가 원하는 제품을 창고에서 꺼내다 보여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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