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에게 회충이 나오는 이유는
물가 비싸 채소·생선 식단은 '사치', 고소득층 신선식품 선호에 회충 나오기도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11.02.22 09:11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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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만한 단호박이 한 통에 3800원, 방울토마토는 500g에 3500원, 양상추도 한 통에 2000원을 넘었다. 생선 가격은 더 비싸 삼치나 고등어는 한 마리가 9500원에 달했다.
▲ 이른바 '소녀시대 다이어트' 식단을 위한 일주일치 장보기 비용 |
채소나 생선 등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면서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 식단이나 채식 위주의 식단을 고집하는 것이 점차 '사치스러운' 일로 변해가고 있다. 농산물 가격 급등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에 이어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피시플레이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신선식품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선진국처럼 소득이 건강과 비만을 결정하는 현상이 정착할 것이란 비관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애그플레이션에 피시플레이션까지 = 최근 구제역 파동으로 육류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특히 채소와 과일, 생선 등 농수산물 가격까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 모씨는 "예전 보다 훨씬 가늘고 양도 적은 대파 한 단이 4000원이고 고등어 한 마리가 1만원에 육박한다"며 "요즘 만원은 5~6년 전 천원 가치와 비슷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1% 상승한 가운데 신선식품 지수는 30.2% 급등했다. 신선과일이 40.3% 급등했고 신선채소가 29.6% 오른 가운데 기타 신선 식품도 69.7% 폭등했다. 세부 품목별로 배추와 파는 1월에 전년 동월보다 151.7%와 108.2%나 폭등했고 사과(43.1%), 고등어(63.6%), 배(44.4%), 귤(38.3%) 등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 소득이 비만 결정하는 시대 온다 = 여러 연구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소득 수준과 비만도의 반비례 관계가 뚜렷하다. 부유할수록 신선한 유기농 식품을 즐기고 소득이 적을 수록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 푸드'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의 유명 CEO나 정치인 중 비만한 사람이 드물 정도로 날씬한 몸매와 성공이 비례 관계라고 보는 시각도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국 86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비만은 소득 및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을 과체중 및 비만의 기준으로 볼 때, 소득 수준이 '하'인 집단에서 32.8%로 가장 높았고 교육수준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집단 중 38.4%가 비만으로 고학력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 의료계에서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를 끌었던 '비만클리닉' 인기가 주춤한 이유 역시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내과 전문의는 "고소득층의 경우 평소 건강한 식단과 운동으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저소득층은 가공식품 위주의 영양 섭취로 비만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만 비만클리닉을 찾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실제로 고소득층의 경우 유기농 신선식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예전에 없던 회충이 많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영향 등으로 최근 비만클리닉의 경우 브랜드를 걸고 네트워크화, 고급화하는 것이 트렌드다. 전문 비만클리닉 전문 병원 365mc의 경우 현재 국내에 25개, 해외에 2~3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시술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1달 패키지 프로그램에 비용은 30~50만원 수준이어서 주로 20~30대 여성층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미용에 돈을 많이 지불하는 젊은 여성을 주 고객으로, 대형화하는 것이 생존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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