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강동원의 영화 '검은 사제들'

[이현지의 컬티즘<72>] 생소한 장르치고 안정된 작품…흥행 요인은 강동원에게 찾을 수 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11.19 11:45  |  조회 11866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검은 사제들'의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주연 배우가 잘 생겼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영화, 배우 강동원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가 없다.

지난 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강동원 모습은 SNS상에서 빠르게 전파됐다. 지난 2004년 방영된 드라마 SBS '매직' 이후 약 11년 만의 방송 출연이다. 게다가 예능이 아닌 뉴스 프로그램에 나온 강동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강동원이라는 개인에게는 물론 곧 이어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에도 이 15분의 인터뷰는 '신의 한 수'였다. 강동원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줬고, 배우에 대한 애정은 출연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개봉해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검은 사제들'은 구마(엑소시즘)를 소재로 한 영화다. 우리나라에서 엑소시즘을 주요 소재로 한 영화가 장편으로 제작된 것은 처음이다. 카톨릭의 구마의식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그다지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초현실적인 문제를 다룰 때 관객들이 사전지식이 없거나 정서상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면 자칫 어색하고 억지스러워질 가능성이 많다. 설득력 발휘에 실패하면서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박광춘 감독의 '퇴마록(1998년)'이 대표적 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소위 오컬트 영화(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 악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심령 영화로 공포 영화, SF 영화의 한 부류)의 경우 눈에 보이는 현실과 또 다른 차원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도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인지 '검은 사제들'에는 한국 관객들이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장치가 많이 엿보인다. 김 신부(김윤식 분)가 보조 사제를 선발할 때 영적으로 민감하다는 호랑이띠를 조건을 내세운 점이나 신부들이 구마예식에 앞서 무당들이 굿을 벌이는 장면이 그렇다.

또한 구마의식에만 집중하는 해외 영화와는 달리, 최 부제(강동원 분)의 스토리를 병렬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영화에 드라마적 요소를 추가한다. 최 부제는 어린 시절 개의 공격에 동생을 잃은 상처 때문에 신학대학교에 입학한 인물이다. 그는 충격적인 구마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지만 돌아옴으로써 자신의 과거를 극복한다. 그리고 악령을 껴안고 한강에 떨어지면서 한층 성장한다. 한강에서 살아나와 걸어가며 씨익 웃는 최 부제의 모습은 그가 새로운 사람이 되었음을 암시한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오컬트 영화이자,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아쉬움은 있다. 일단 악령이 든 부마자를 위한 구마의식 빼고는 극중 이렇다 할 기승전결이 없다.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감독이 직접 장편으로 제작한 영화다.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길이감에 맞춰진 소재와 구성을 장편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야기와 맥락이 추가 되어야 한다. 아예 새로운 창작물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은 단편을 늘려놓은 것 같은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또한 김 신부의 캐릭터가 모호하다. 사제복만 아니라면 신부라기보다는 형사나 경찰쯤 되어 보이는 김 신부는 홀로 외로이 악령과 싸우는 설정 외에 어떤 성격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구마의식이 끝난 후 부마자 영신(박소담 분)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무척 어색하게 보인다. 개인적 성격과 스토리를 배제하고 철저히 구마의식을 집행하는 자로만 그려졌던 인물에 갑작스럽게 성격이 부여되면서 억지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검은 사제들'은 신인 감독의 작품답게 몇몇 서툰 설정과 지루한 전개가 보이지만 생소한 장르에 대한 첫 시도치고는 꽤 안정된 작품이다. 하지만 벌써 370만 관객을 돌파할 만큼 흥행하는 이유는 결국 강동원에게서 찾을 수 밖에 없다.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지도, 확실한 캐릭터를 보여주지도 않지만 강동원이라는 배우 자체는 이 영화의 흥행 가도를 이끄는 주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검은 사제들'은 강동원을 위한,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의 영화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