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이후 등장한 가뭄에 단비…OCN '38사기동대'

[이현지의 컬티즘<98>] '검사외전' 넘는 통쾌한 사기 스토리…또 하나의 웰메이드 탄생?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7.01 09:31  |  조회 3510
/사진=OCN '38사기동대' 포스터
/사진=OCN '38사기동대' 포스터
올초 tvN 드라마 '시그널'을 정말 재밌게 봤다. 워낙에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장르물을 선호하는 개인의 취향 탓도 있어 그 후로는 수많은 인기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치고 들어왔음에도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등장한 OCN '38사기동대'는 내게 가뭄에 단비 같았다.

'38사기동대'는 미련하리만큼 고지식한 공무원 백성일(마동석 분)이 사기꾼 양정도(서인국 분)와 힘을 합해 체납 세금을 받기 위해 사기를 계획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정직한 공무원이 사기에 가담한다는 내용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법정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사기’라는 일종의 판타지는 대중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세금징수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워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진=OCN '38사기동대' 비하인드컷
/사진=OCN '38사기동대' 비하인드컷
여기에 사연이 있어 보이는 사기꾼 역할로 등장하는 서인국, 어수룩하지만 정직한 세금 징수 공무원 마동석 등 등장인물들의 케미가 돋보인다. 재밌으면서도 진지하고,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가 있다. '시그널'이 보여줬던 구성적 장점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드라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강동원이 '꽃미남 사기꾼'으로 활약한 영화 '검사외전'을 떠올리게 한다. 수려한 외모 뿐만 아니라 표적이 일반 서민이 아닌 부패한 권력 혹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군림하는 위정자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영화 '검사외전'을 넘어선다. 영화보다 호흡이 긴 드라마로서 가질 수 있는 디테일하고 개연성 있는 전개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영화 '검사외전'에서는 복수를 꿈꾸는 검사가 감옥에서 사기꾼을 만나게 되어 복수를 계획한다. 하지만 검사가 감옥에 가게 되는 과정부터 감옥에서 만난 사기꾼을 믿고 손을 잡는 과정까지가 조금은 억지스럽다.

주무기인 사기꾼을 훈련시키기 위해 감옥에서 하는 것이라고는 사인을 따라하는 것 밖에 없다. 감옥 밖으로 나온 사기꾼과 함께 복수극을 완성해나가는 과정 역시 거짓 증언을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진술을 녹음하는 정도로 끝나 아쉬움을 준다.

/사진=OCN '38사기동대' 비하인드컷
/사진=OCN '38사기동대' 비하인드컷
하지만 '38사기동대'는 공무원이 우연히 사기를 당하게 되고 그 범인을 잡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된다는 것, 서로가 같으면서도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한 명을 타킷으로 계획을 세울 때, 사기꾼이 그 계획을 주도 한다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팀을 꾸려 행동한다는 것 등이 모두 사건의 전개과정에 있어 그럴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로 인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는 회가 더할수록 높아진다.

이제 막 4회를 끝마친 '38사기동대'는 갈 길이 멀다.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높아진 상태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사기극은 시작도 안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너무 많은 내용을 넣으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재미를 위해 너무 허술한 전개를 이어나가는 일이 없길 바란다. 또 하나의 웰 메이드 장르 드라마로 우리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되길, 가능성 많은 드라마의 탄생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시그널' 이후 등장한 가뭄에 단비…OCN '38사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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