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벌자고 시작한일이 이젠 억대연봉…"

['아모레아줌마'일상 동행취재]'동동구리무'에서 PDA까지…'50년 친구'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2.03.30 08:41  |  조회 719599
1960∼1970년대 복고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초록색 모자에 사각형 가방을 메고 골목길 대문을 두드리던 '아모레 아줌마'가 그들이다. 1964년 처음 등장해 우리나라 화장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특별한 방문판매 아줌마들.

당시 바깥세상과 소통 기회가 적었던 주부들에게 '아모레 아줌마'는 화장 비법 전수는 물론 이집 저집 소식을 전해주고 고객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친구이자 언니였다. 세월따라 방문판매 모습도 변했다. 가방대신 車가, 수첩대신 PDA가 이들 도우미가 됐다. 규모가 커지며 소득도 늘어 '걸어다니는 화장품샵' 이 된 주인공도 수두룩하다. 2년 뒤면 반세기 역사를 기록하는 '아모레 아줌마'(현 명칭 '아모레 카운셀러')의 2012년 일상을 동행 취재했다.

↑아모레퍼시픽 화곡특약점 모미경 수석지부장이 하루 동안 다녀야 할 동선과 일정을 수첩에 정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화곡특약점 모미경 수석지부장이 하루 동안 다녀야 할 동선과 일정을 수첩에 정리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모미경(39·사진) 수석지부장이 전날 고객들에게 받은 현금과 카드전표 등을 정산팀 직원에게 건네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9시30분부터는 화곡특약점 소속 80여명의 뷰티 카운셀러를 대상으로 한 제품·영업 교육인 '아침교실'이 진행된다. 모 지부장은 월∼금요일 매일 30∼40분 남짓 진행되는 '아침교실'에서 새로운 제품 정보, 판촉 행사 내용 등을 체크한다.

교육이 끝나면 하루동안 다녀야 할 동선을 정리한다. 전화 주문이 들어온 고객들의 물품과 샘플 등을 꼼꼼히 챙긴다. 모 지부장은 늦어도 오전 10시30분엔 사무실을 나서 자동차 시동을 건다. 그녀의 차에는 카드결제기와 PDA(개인단말기), 파우치, 수건 등 판촉물이 잔뜩 실려 있다.

이날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남자친구 선물로 '헤라 옴므' 스킨·로션을 주문한 20대 직장 여성의 집. 모 지부장은 고객의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쇼핑백을 경비실에 맡기고 여의도로 향했다.

모 지부장은 "여의도는 가까운 거죠. 강남·잠실부터 수원, 천안까지 가는 날도 있답니다. 한달에 차 가스비로만 60만원이 꼬박 들어가요. 처음 일 시작했을 때는 부산, 제주도까지 다녔는데 요즘은 오랜 단골들이 많아서 택배로 물건을 보내드려요."

그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곳들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골고객들이 있는 곳을 찾아 평균 10∼15곳을 순회한다. 병원 간호사 고객에게는 점심식사 시간인 오후 1∼2시, 식당에서 일하는 고객에게는 점심시간이 지나 한가한 오후 3∼4시쯤 찾아간다. 기자가 동행한 이날도 모 지부장은 오후 5시까지 쉬지 않고 고객들과 통화하고 집과 사무실, 영업장을 찾아 다녔다.

제품을 주문하지 않아도 샘플을 챙겨가서 나눠주고 차를 나눠 마시며 그동안 있었던 일, 답답한 속얘기를 들어준다. 판매외관은 달라졌으나 나누는 정만큼은 옛날 그대로다. 결제 방식도 고객 취향에 맞춰준다. 직업에 따라 현금 일시불이나 카드 할부부터 보름·한달 간격으로 현금을 나눠 내는 고객까지 다양하지만 결제를 재촉하지 않는다.

↑모미경 수석지부장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단골 고객을 찾아가 메이크업을 수정해주고 있다.
↑모미경 수석지부장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단골 고객을 찾아가 메이크업을 수정해주고 있다.
그녀가 아모레 화장품 방문판매를 시작한 건 지난 2004년. 출산·육아 등으로 다니던 직장을 관둔 지 5년만이었다. 모 지부장은 "둘째 아들 유치원 수업료 40만원만 벌자고 일을 시작한 게 벌써 8년이 됐다"며 "100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카운셀러 일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베테랑 카운셀러지만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여성 고객이 많은 옷가게와 사우나를 다니며 무작정 샘플을 돌렸다. 잡상인으로 몰리는 등 서러운 일도 많았지만 고객들에게 좋은 제품 소개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일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나자 월급통장에는 당초 목표의 10배인 400만원이 찍혔다. 힘들게 인연을 맺은 고객들이 가족과 친구 등에게 "똑순이 카운셀러가 있다"고 입소문을 내면서 고객들이 급격히 늘었다. 현재 모 지부장이 관리하는 고객 수는 1000명이 넘는다. 연소득은 억대라고 귀띔했다. 오는 10월에는 차량을 튼튼한 중형 SUV로 교체키로 했다.

전국의 아모레 카운셀러는 3만8000여명(평균 연령 46세)에 달한다. 그러나 전적으로 판매실적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별 소득격차는 심하다. 기본자격만 되면 아무나 판매사원이 될 수 있지만 하루아침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 지부장은 "2004년 함께 일을 시작한 동기 10명 중에서 지금까지 일을 하는 건 나 혼자 뿐"이라며 "프리랜서라고 쉽게 보고 덤볐다간 고객 관리, 실적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일을 오래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카운셀러는 성실함과 친화력, 끈기를 기본적으로 갖춰야하고 무엇보다 사람만나는 일을 즐거워해야 한다"며 "계획이나 원칙없이 영업하면 좋은 실적이 나올 수 없는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1960~1970년대 태평양 방문판매 직원 이미지(사진 왼쪽), 당시 고객의 집을 찾아가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방문판매 직원의 모습(사진 오른쪽)ⓒ아모레퍼시픽
↑1960~1970년대 태평양 방문판매 직원 이미지(사진 왼쪽), 당시 고객의 집을 찾아가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방문판매 직원의 모습(사진 오른쪽)ⓒ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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