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현빈·이종석…남자보는 '눈' 내가 최고"

[인터뷰]장광효 카루소 대표 "패션은 자신감이자 배려, 성공하려면 멋을 알아야"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3.07.11 15:37  |  조회 10542
디자이너 장광효씨ⓒ이동훈 기자
디자이너 장광효씨ⓒ이동훈 기자
"패션은 자신감이자 배려죠."

장광효 카루소 대표(사진·55)를 11일 청담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가 패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우선 복장에 눈이 갔다.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복장이었다. 도서 지역 아이들에게 한복을 만들어 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는 그는 비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불구, 스타일에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장 대표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멋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꼭 비싼 옷을 입거나 명품을 사야한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옷의 문제가 아니라 어딜 가서든 피부가 좋다거나, 스타일이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그게 바로 패션"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게 패션은 배려이기도 하다. 그는 "본인을 가꿀 줄 아는 건 곧 남을 이해한다는 것이기도 하다"며 "일종의 배려이기 때문에 비즈니스맨이라면 패션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에게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파리 컬렉션에 참가했고, '안녕 프란체스카'를 비롯해 여러 편의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유명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홈쇼핑에서 제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국회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장 대표가 패션계에 입문한 1970년대에는 남성복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남성복 디자이너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제대로 된 남성복이 없던 시절에 남성복을 전문으로 만들다 보니 입소문이 많이 났다"며 "조용필이나 서태지 등 연예인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내 옷을 입고, 그게 대중매체에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됐다"고 했다.

장 대표는 남자 옷 뿐 아니라 남자를 보는 '눈'이 뛰어난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모델 출신 배우로 큰 성공을 거둔 차승원을 비롯해 현빈, 강동원, 유지태, 이진욱에 이어 최근 가장 '핫'한 배우 이종석까지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그가 직접 발굴해 무대에 세웠다. 타고난 안목 덕에 남성잡지 맨즈헬스가 매년 개최하는 '쿨가이 선발대회'에서 1회부터 8년째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수많은 스타들을 무대에 세운 그가 첫 손에 꼽은 모델은 배우 현빈. 장 대표는 "현빈은 얼굴의 균형과 비례가 잘 맞고, 남자지만 단아하고 깨끗한 느낌"이라며 "그런 사람이 옷을 입었을 때의 느낌이 참 좋다"고 했다.

장 대표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도 유명하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 여성용품 '예지미인', 독일자동차 BMW '미니', 탄산수 '페리에'까지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장 대표는 "한국의 기품 있는 문화를 제일 좋아하고, 거기서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예지미인 패키지를 디자인할 때도 한국적인 것을 반영했고, 페리에 때는 조선시대 왕비들이 쓰던 홍자개 농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어느덧 패션계에 입문한 지 30년이 흘렀다. 그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조급해 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장 대표는 "요즘엔 빨리 스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한데 미흡한 상태에서 너무 앞서가는 건 좋지 않다"며 "차분차분 실력을 쌓고, 한 단계씩 네트워크를 강화해 천천히 꽃을 피우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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