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화장품 생산기지 짓는 이유요?"

[머투초대석]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중국 시장 밀착 공략해 글로벌 넘버1 되겠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4.01.27 07:05  |  조회 15050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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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연봉을 받던 27세 은행원이 입사한 지 4년만에 돌연 사표를 냈다. 집안의 자랑거리이자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직장이었지만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반복되는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이 싫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그가 찾아간 곳은 중소 제약회사였다.

작은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를 직접 만나고 싶어서였다. 중요한 사안과 맞딱뜨릴 때마다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오너라면 이 순간 어떤 결정을 했을까'하고 말이다. 생산, 영업, 관리 등 회사의 주요 파트를 두루 거치며 다방면의 경험을 쌓은 것도 큰 자산이 됐다.

주말도 없이 현장을 누빈 결과 40대 초반에 관리.생산.영업.마케팅 등 전 부문 임원을 거쳐 총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 사이 중소 제약사는 증시에 상장한 국내 굴지의 제약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또 한번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의 나이 43세.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정확히 20년, 제약사에서 실무를 쌓은 지 16년 만이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한국콜마 윤동한(67.사진) 회장의 스토리다. 국내에 화장품 ODM.OEM에 대한 개념이 자리잡기 전에 시장에 뛰어들어 한국콜마를 대표 기업으로 일군 윤 회장의 경영 철학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다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창업 당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농협을 관두고 대웅제약에 입사한 것이 첫번째 도전이었다면 대웅제약 부사장을 마다하고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한 것은 두번째 도전이었습니다. 달랑 직원 3명과 충남 연기군에 작은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OEM으로 사업모델을 정했죠.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콜마를 수차례 찾아가 결국 합작을 성사시켰습니다. 당시 반일감정의 골이 깊었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아 일본콜마가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콜마라는 브랜드를 따냈지만 어려움은 계속됐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제대로된 거래처를 뚫지 못해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어요. 전기료를 제때 내지 못해 단전 통보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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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는 국내 화장품 생산기업 중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입니다. 제품을 납품하는 거래처와 보유 기술은 얼마나 됩니까.

▶관계사 합산하면 지난해 매출액이 6500억원(추정치)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습니다. 전기료가 없어서 쩔쩔 매던 회사가 참 많이 컸네요. (웃음) 돌이켜보면 창업 초기 자금난을 겪고 있을 때 세금을 줄이려고 제조원을 표기하지 않은 무자료 거래를 요구했던 일부 고객사를 모두 뿌리친 것이 밑걸음이 됐습니다. 처음엔 더뎠지만 원칙을 지키는 회사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탄력을 받았거든요.

한국콜마가 보유한 기술은 제품처방 2만여개, 특허기술 80여건, 기능성 승인 1700여건에 달합니다. 매년 연구비로 150억∼200억원을 씁니다. 직원수도 1000명이 넘어섰습니다. 연구개발, 품질관리에 신경쓴 덕분에 국내외 250여개 화장품 브랜드 기업과 꾸준히 거래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됐다는 분석도 있는데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는 5월 세종시 공장이 완공됩니다. 현재는 연간 8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데 새 공장이 돌아가면 생산량이 이보다 3배 많은 2억4000만개로 늘어납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대 규모 화장품 생산 공장입니다. 생산 규모에 걸맞도록 품질과 기술도 한층 보강할 계획입니다.

유럽과 미국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기술 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해 중국 ODM, OEM 업체와는 거래를 꺼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중국을 공략하는 선진 기업들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세종시 공장 증설은 미래 수요에 대한 투자인 셈이죠.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는 꽤 오래됐는데 사업 속도가 좀 늦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수도인 베이징부터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베이징은 어느 지역보다 규제가 엄격해 외국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데 반대로 베이징에서 성공하면 중국 어느 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심사숙고해 베이징 공장 건립을 추진했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과 맞물려 공장준공 정지명령을 받았습니다. 화물차 통행까지 철저히 통제돼 공사가 1년여간 지연됐습니다.

하지만 곧 정상 가동에 들어가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400억원으로 중국 매출 목표를 늘려잡았습니다. 중국 현지 고객이 늘어 광저우에도 공장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베이징 공장의 5배 규모로 부지를 이미 매입했습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콜마의 '독서경영', '인재경영' 등이 산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재상이나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

▶창립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신입사원을 뽑아왔습니다. 지난 연말에도 공채직원 80명을 채용했습니다. 3명으로 시작했던 직원수가 1150명으로 늘었죠. 저는 인재경영은 유기농 경영과 같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 농산물보다 공급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많이 남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강점이 있거든요. 직원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자생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입니다.

한국콜마 전 사업장에는 북카페가 있는데 이곳에는 자기계발서, 경영.경제서 등 1400여권의 책을 비치했습니다. 지식을 공유하는 것만큼 값진 일이 없다는 것이 제 철칙입니다. 결혼, 출산, 승진 등 기쁜 일을 맞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기증하면서 책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올해 새롭게 도전하거나 주력하는 사업 분야가 있나요. 한국콜마의 중장기 목표도 알려주세요.

▶올해는 세종시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광저우 공장 건립에 박차를 가할 겁니다. 이는 모두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작업입니다. 아직까지는 국내 매출이 중국보다 많지만 4∼5년뒤에는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캐나다 합작회사인 파마사이먼스, 일본 합작회사인 크라시아 등을 설립한 만큼 제약부문도 확장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의식주 다음으로 인류에게 중요한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분야에서 최고 기업이 되는 겁니다. 현재 세계 화장품 생산 5위권인 화장품 분야는 1위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콜마는 미국에서 시작된 기업이지만 5대양 6대주에서 사업을 펼치는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콜마가 만든 화장품 트렌드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시장을 이끄는 날이 조만간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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