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3.0 시대…'신서유기'의 성공이 조심스러운 이유

[이현지의 컬티즘<67>] 거침없는 대화·브랜드 노출…'막장 예능' 아닌 '신선한 대안' 되어야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10.08 10:05  |  조회 5738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tvNgo '신서유기' 페이스북
/사진=tvNgo '신서유기' 페이스북
30대가 지나면서 '나도 더이상 신세대는 아니구나' 하는 것을 때로 절감한다. 인터넷 용어나 줄임말이 생소하고, 아이돌 멤버의 얼굴이 다 똑같아 보인다. 새로 시작한 인기 드라마나 예능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뭐야?"라고 되묻기 일쑤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tvNgo '신서유기'도 마찬가지다.

나영석PD가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 네 명의 '1박 2일' 기존 멤버들과 함께 만든 '신서유기'는 네이버 TV캐스트를 방송된 국내 최초 웹예능이다. 모바일의 영향력을 타고 웹툰, 웹드라마 등 웹을 통해 제공되는 짧은 콘텐츠들의 성장하고 있던 가운데, 드디어 예능이 그 흐름에 합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역시 나PD'라는 평과 함께 웹예능에 대한 도전은 성공했다. 제작진이 목표했던 2000만 클릭을 배로 뛰어넘는 4000만뷰를 돌파했다. 그리고 지상파 우선주의 1.0시대와 케이블로 대표되는 비지상파 2.0시대를 지나 이제 예능의 3.0시대가 도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tvNgo '신서유기'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go '신서유기' 방송화면 캡처
웹예능의 특징은 무엇보다 공중파의 제약을 벗어던졌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대화, 인터넷 용어 활용, 브랜드 노출 등은 기본이다. 여기에 간략해진 자막과 5분, 10분 정도의 짧아진 러닝타임은 웹예능을 접하게 될 시청자들에게 최적화된 포맷이다.

이렇게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것은 비슷한 포맷과 대동소이한 출연자, 진행자에 권태감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환영할만한 일이요, 이미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국내 예능의 새로운 활로 개척에도 긍정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서유기'의 성공이 조금은 조심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비방과 욕설이 별다른 고민의 흔적 없이 나오고, 불법 도박을 한 이수근을 '상암동 베팅남'이라고 놀리거나 이혼한 은지원을 '여의도 이혼남'이라고 부른다. '빼박켄트(빼도 박도 못함)'같은 속어가 난무하고 "담배 브랜드 일곱가지를 말해보라"는 식으로 브랜드 명이 마구잡이로 노출된다.

/사진=tvNgo '신서유기'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go '신서유기' 방송화면 캡처
'어린이나 청소년도 쉽게 접속해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규제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예능의 형식이 앞으로 제작될 웹예능의 기준이 될까봐 걱정이다.

물론 예능이 꼭 교훈과 가르침을 줘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가 시청률을 위해 드라마의 기본 문법조차 무시한 '막장 드라마'를 내 놓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제 방송의 기본 문법이 무너지고 파편화되고 자극적인 '막장 예능'의 시대가 도래하지 말란 법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웹 전용 방송 콘텐츠에 대한 심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위로부터의 규제는 '막장 예능'시대의 도래보다 더 두려운 일이다. 방통위가 말하는 규제가 새로운 플랫폼의 자유롭고 신선한 시도를 막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예능 3.0시대를 여는 웹예능이 저속한 막장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포맷으로 기존 예능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예능 3.0 시대…'신서유기'의 성공이 조심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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