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때 '클럽'간 꼬마…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로 성장

박종우 디자이너 SFDF 2년 연속 수상…'지드래곤·레이디가 등 국내외 스타도 고객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5.11.24 16:50  |  조회 8682
제11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박종우 디자이너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제11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박종우 디자이너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전혀 상관없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얼룩덜룩한 표범 무늬 머리염색, '입 부분을 찢은 마스크'의 펑키한 옷차림의 청년. 누구나 피해 가면서도 쳐다볼 수 밖 에 없는 옷차림을 한 그는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디자이너 박종우씨(31)다.

그는 24일 삼성패션디자인펀드(Samsung Fashion & Design Fund·이하 SFDF) 1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씨는 "이렇게 생겨서 오해도 많이 받고, 택시도 잘 안 잡히지만 꿋꿋이 나만의 길을 지켜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상을 통해)자신에 자신감도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펑크록 감성을 바탕으로 강렬한 디자인을 펼치는 브랜드 '나인티나인퍼센트이즈(99%IS-)'를 일본에서 론칭해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펑크록'에 미쳐 살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의상전문 학교를 다니며 론칭한 브랜드다. 그에게 본격적인 '디자인 공부'를 권한 것은 다름 아닌 유명 록밴드 '크라잉넛' '노브레인' '형들'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펑크록을 공연하는 라이브하우스 클럽에 갔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찾아서요. 인터넷도 잘 안되던 시기라 홍대 거리에 있는 형, 누나들에게 물어물어 갔습니다. 거기서 펑크록에 빠지게 됐고 미쳐 살았어요. '크라잉넛' 형들의 공연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의상을 만들어주고, 포스터를 붙이고…그렇게 쫓아다니다가 본격적으로 '펑크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2012년 선보인 그의 첫 컬렉션은 단추 하나까지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으로만 구성됐다. 브랜드 론칭 자본금은 300만원. 그는 "옷에 금속 징(스터드)을 박는 게 있는데, 중학교 때부터 박아왔으니까 남 입장에서는 다 똑같아도 내에게는 '멋있는 찡(징)'이 있다"고 말했다. 8차례 컬렉션을 진행했지만 그 생각만큼은 변함없다. 그는 "대중이나 트렌드를 의식해 디자인하고 싶지 않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끌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강렬한 펑크록 의상이 자칫 부담스럽고 비상업적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대중' 반응은 호의적이다. 레이디 가가, 크리스 브라운, 지 드래곤, 저스틴 비버 등 국내외 스타들이 그의 의상을 입기 시작했고 2012년 이래 매킨토시(Mackintosh),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10꼬르소꼬모(10 Corso Como) 등 굵직한 브랜드들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제11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박종우 디자이너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제11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된 박종우 디자이너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러브콜'이 쇄도하는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지금도 '뻥' 터뜨리려면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가려고 한다"며 "급하게 가려고 하면 급하게 떨어지는 일 밖 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꼼데가르송, 매킨토시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왔듯이 내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지켜 가면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브랜드를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몸'이 됐지만 아직 '300만원 자본금'을 수중에 갖고 시작한 시절과 별반 생활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작업실이 없어 졸업한 학교 창고에서 2년간 머물며 작업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이번 수상 상금 일부는 작업실을 마련하는데 쓸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넓어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펑크록과 패션의 즐거움을 알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끌고 가는 것.

"저는 원래 마스크를 감기, 먼지 때문에 쓰는 게 아니라 얼굴을 가리려고 썼습니다. 늘 쓰고 지내다 보니 커피 마시거나 할 때 불편해서, 나에게 맞춰 입부분은 찢었어요. 그랬더니 '입을 찢은 마스크'를 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뭐가 멋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적 밴드하는 형들을 보면서 따라 했던 것처럼 조금씩 따라오고 있어요."

그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과 디자인에 대한 '일관성 있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지금도 쇼를 진행할 때 제일 앞줄에 앉는 손님들은 록을 하는 내 친구들"이라며 "진짜 음악 하는 친구들이 즐기는 브랜드, 그리고 그 삶을 반영한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4년이 지나 사람들이 도쿄콜렉션을 봤을 때, 그때도 '펑크록'하는 친구들이 가장 앞자리에 포진해 있는 일관성 있는 삶의 궤적을 원한다는 것이다.

"저는 옷도 그렇고 모든 것이 결국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진짜 멋있다고 생각하는 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결국에는 삶과 일관성이 있어야 진짜 멋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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