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브레이커' 조사결과에 아웃도어 비난폭주

"한국 소비자 봉이냐"… 비뚤어진 소비심리 지적도 많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2.02.08 17:36  |  조회 33028
'노스페이스, 콜럼비아, K2, 코오롱스포츠' 등 유명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 거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웃도어 업체를 상대로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가하면 소비자단체들도 가격 구조와 소재 성능 등을 분석한 자료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에는 아웃도어 제품의 국내 판매가가 외국보다 최고 2배 이상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고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를 사용하는 만큼 일반 제품에 비해 원가가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표적 조사 때문에 폭리를 취하는 파렴치 기업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비싸야 잘 팔린다(?)" 소비자가가 원가 3∼4배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대부분 원가의 3∼4배 수준으로 정해진다. 40만원짜리 제품이라면 원가는 10만원 안팎. 여기에 대리점 마진과 광고비, 물류비 등을 감안해도 아웃도어 업체의 수익률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저가품보다 고가품을 팔 때 수입이 늘기 때문에 업체들이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정책적으로 고가제품 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가의 3∼4배에 달하는 소비자가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아웃도어 상위 8개사 제품의 백화점 가격을 조사한 결과 등산복 기본착장비용(재킷, 내피, 티셔츠, 바지, 신발, 배낭, 장갑, 모자, 스틱)은 평균 161만원에 달했다. 가장 비싼 곳은 180만원대, 가장 싼 곳도 130만원은 지불해야 제품 구입이 가능했다. 재킷 한 벌 가격만도 평균 47만원이다.

일부 아웃도어 제품의 국내 판매가가 해외 현지보다 최고 115.2%, 평균 56.6% 비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YMCA 관계자는 "제품 원료인 고어텍스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웃도어 용품의 국내 판매가는 외국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인터넷도 부글부글
아웃도어 제품이 한국에서만 비싸게 팔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도 거세다.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토론방에는 노스페이스 등 유명 아웃도어 제품의 고가 정책에 대한 의견들이 폭주하고 있다.

네티즌 A씨는 "해외보다 훨씬 비싸게 파는데도 브랜드만 보고 산 한국 소비자들은 모두 봉"이라며 "다른 제품에 비해 기능적으로 좋은지도 따져보지 않고 구입하려면 차라리 노스페이스에 기부하는게 낫다"고 밝혔다. 네티즌 B씨는 "노스페이스같은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며 "수입제품이 무조건 좋다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네티즌 C씨는 "노스페이스의 상술에 휘말려 국민 모두가 바가지를 쓴 셈"이라고 했다. 네티즌 D씨도 "노스페이스 정가는 미국에서도 비싸지만 세일 등 판매 방식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며 "세일 안하고 비싸게 팔아도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워낙 좋아하니 가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점퍼' 폭리 논란 왜? 대책은 없나
아웃도어 가격 폭리 논란의 불씨는 청소년들 사이에 '교복'으로 통하는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다. '노스페이스 계급표'(20만∼70만원대 가격별로 정한 계급), '등골브레이커'(돈 없는 부모를 졸라 비싼 노스페이스 점퍼를 구입한 청소년) 등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앗는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는 등 이제는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1위 업체인 노스페이스나 후발업체 모두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쓰는 것도 폭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아이템은 이미지를 보고 구매하기 때문에 고가 정책도 하나의 브랜드 전략"이라며 "소비자들은 거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구매하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소비문화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스페이스 패딩점퍼 문제는 명품에 집착하는 성인들의 소비행태를 답습하려는 학생들의 인식이 사회 문제로 확산된 것"이라며 "노스페이스만 고집하지 않는 건전하고 개성 있는 소비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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