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쉬던날.. 재래시장 문닫고 백화점 식품관 북적
(종합) 대형마트 114곳 첫 동시 휴무…"재래시장 손님 오히려 없는 편"
반준환 정영일 기자 | 2012.04.22 17:21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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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대형마트 114곳이 문 닫은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 모습. 궂은 날씨 탓인지 시장상인들은 평소보다 손님들이 많이 적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서구에서는 이마트 가양점, 공항점과 홈플러스(2개점) 등 총 4개 대형마트가 이날 영업을 쉬었다. |
22일 전국 대형마트 114곳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유통업계가 처음으로 일요일 동시휴무에 들어갔으나, 이로 인해 재래시장이 본 반사이익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궂은 날씨 탓인지 평소보다 더 손님이 없는 곳이 많았고, 재래시장 가운데 몇 곳은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쉬기도 했다.
시장상인들은 "일요휴무가 계속되도 손님이 크게 늘긴 어려울 것"이라며 규제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보면 대형마트 규제로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장담 한 정치권은 공염불에 정력을 쏟은 셈이 됐다.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까치산시장. 인근 이마트(가양점, 공항점)과 홈플러스(2개매 장) 등 대형마트 총 4곳이 문을 닫았으나 시장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까치산시장은 주택가와 도로 사이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파는 상품도 다양한 곳이다.
시장초입에 있는 과일가게 직원에게 "대형마트가 쉬었는데 손님들이 좀 늘었냐"고 묻자 "평소보다 가격도 낮추고 좋은 물건을 들여왔는데, 손님은 오히려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 족발집과 분식점, 신발가게 등 상인들도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 상인은 "대형마트 쉰 다고 시장으로 사람들이 오겠어요?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5% 가량 (재래시장) 손님들이 늘 거라고 하 는데 그렇게는 안될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늘기는 하겠지만 많아도 2%정도 아닐까 싶네요"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저도 가끔 대형마트를 가는데 솔직히 마트에서 살 상품과 시장에서 살 품목은 따로 있다"며 " 마트 문을 닫는다고 손님들이 여러모로 불편한 시장을 찾아오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상인은 "정치권이 단순규제보다 재래시장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올리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설보수를 통해 시장 주차면적을 넓혔는데, 10분에 500원씩 주차료를 받고 있다"며 "야채 한단 사러오는 소비자 입장에선 오히려 마트보다 가격이 비싸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근 대형마트 4곳이 문을 닫은 서울 강동구의 재래시장 표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날 문을 닫은 이마트 천호점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천호신시장을 찾아가 봤더니 이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
↑22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신시장. 인근 이마트 강제휴무일 인데 영업하지 않고 있다. 마트 휴무일이 이시장 휴무일이다. |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하는 날 문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건넸더니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도 사람들이 오겠냐. 주차장도 갖추고 시장 내부도 깨끗이 해야 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이마트 옆에 있는 현대백화점 천호점을 들렀다. 백화점은 유통산업발전법상 강제휴무 대상은 아니다. 지하2층 식품관으로 내려가자 신선식품 코너 앞에는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22일 오후 현대백화점 천호점 지하2층 식품관. 신선식품 코너에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있다. 대형마트 첫 강제휴무에 따라 소비자들이 인근 백화점으로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
대형마트와 SSM이 매달 2차례 일요휴무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던 소비자들의 혼란도 컸다. 한 소비자(경기도 수원시)는 "맞벌이 부부라 주말 외에는 쇼핑할 시간이 없어 이마트를 들렀다 문을 닫았길래 돌아왔다"며 "토요일 집안행사까지 겹쳐 장을 보지 못했는데 집 앞 편의점에라도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천호점에서는 쇼핑객들이 문 닫힌 점포를 보고 "어디가서 쇼핑을 하나.."라며 허탈해했다. 이마트 주차장 쪽으로 들어가던 차가 돌아 나오느라 주변 도로가 막히기도 했다.
한편 서울 강동구와 강서구, 성북구, 송파구 등 전국 39개 기초자치단체의 대형마트 114개 점포는 이날 일제히 문을 닫았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334개 매장도 의무휴업에 들어간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시행령이 공포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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