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族 잡아라"..유아업계 '큰손 아빠' 모시기

유아용품 남성 구매자 37%…카시트·아기띠 등 인기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  2012.10.28 17:35  |  조회 8498
# 유명 게임업체에 다니던 박모씨(34·남)는 지난 7월 딸이 태어난 즈음에 회사를 그만뒀다. 딸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싶다는 마음에 육아의 대부분을 직접 맡아보고 싶어서다.

박 씨 같은 열혈아빠를 이른바 '프랜디(friend+daddy)족'이라고 한다. 프랜디족은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한다. 이들은 특히 유아용품도 적극 구입하며 '아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아용품 시장에서 이처럼 프랜디족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25일 온라인몰 11번가에 따르면 1~9월 유아용품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아용품 구매고객 가운데 남성 비율은 37%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6%p 증가한 것으로 50%에 가까운 증가세다.

G마켓도 같은기간 기저귀와 분유, 이유식 카테고리 상품의 구매고객 중 21%가, 장남감과 교육완구, 인형의 경우에는 23%가 남성들이라고 밝혔다.

"딸바보族 잡아라"..유아업계 '큰손 아빠' 모시기
특히 프리미엄 유아용품만 모아 판매하는 11번가 리빙백화점 유아동관의 구매고객 중 남성 비율은 42%에 달한다. 11번가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 유아용품 구입 측면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관대한 편"이라며 "남성 고객 증가가 프리미엄 육아시장을 키우는데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용품 구매자 가운데 남성들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남성 육아휴직이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2008년 355명에서 2009년 502명, 2010년 819명, 지난해 1만240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여성 육아휴직자는 2008년 이후 25.4% 증가한 반면 남성 육아 휴직자는 같은 기간 58.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빠와 직접적인 교감은 아이에게 심리적,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어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빠들이 육아용품 구매의 '큰 손'으로 등장하며 육아용품 판매순위에도 변화가 보인다. 기존 육아용품의 경우 엄마들의 요구가 반영된 제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아빠 취향이 반영된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대표 유아용품 중 하나인 '아기띠'(아기를 업거나 안을 때 사용하는 띠)의 경우 네이비나 다크초코와 같은 중성적 색깔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아기띠의 경우 남성 구매비율이 60%에 달한다.

G마켓도 블록완구의 경우 남성 구매자 비율이 28%, 놀이방 매트와 카시트는 2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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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남성이 관리하는 카시트도 남성과 여성의 구매비율이 6대4 수준으로 남성 고객들이 많았다.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용 유아안장도 주로 남성 소비자들이 적극 구매하고 있다.

남성들이 육아에 미숙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품으로 바운서(아기 놀이 의자)나 자동으로 분유 온도를 37도로 맞춰주는 이야모 젖병 등도 남성 구매비율이 높은 편이다.

유통업계도 프랜디족을 잡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문화센터 전체 강좌 가운데 10%를 아빠와 함께하는 수업으로 채우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평생교육스쿨 주말강좌에 '착한 아빠 프로젝트 아이랑 아빠랑' 코너를 고정 편성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아빠 관련 강좌를 지난해 5개에서 올해는 8개로 늘렸다.

최민수 이마트 문화센터 파트장은 "최근에는 주말을 자녀와 함께 보내려는 아빠가 늘면서 아빠와 함께하는 문화센터 수업 또한 전년보다 20% 가량 늘려 전체 강좌 수 중 10% 내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도 남성 고객을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육아 첫 구매고객 쿠폰'을 발행하고 있다. 또 육아용품에 익숙하지 않은 아빠들을 위해 아이의 연령대별 필요 아이템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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