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모텔 벨보이, 파리의 기업 CEO된 사연

[Book] '파리의 주얼리 상인'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4.03.29 06:00  |  조회 6701
맨해튼 모텔 벨보이, 파리의 기업 CEO된 사연
"네가 사장이냐?"
충북 단양 한 시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소년이 커서 직장생활하며 줄곧 들었던 말이란다. 그 소년은 파리의 주얼리 수출입 유통기업 맥스에반(Maxevan & Co)을 창업해 성공한 CEO가 됐다. 뉴욕 맨해튼 모텔 벨보이, 할렘가 사진관과 샌드위치 가게 점원, 주얼리 회사 세일즈맨 등으로 할 때도 평범한 직원이 아닌 사장인양 일했다. 그는 "목구멍이 포도청일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을 내 마음대로 결정했다"며 "하고 싶은 일은 반대하는 사장을 설득해서라도 기어코 했다"고 말했다.

'파리의 주얼리 상인'의 저자인 장영배씨(43) 이야기다. 가난한 시골 소년이 파리의 비즈니스맨이 되기까지의 드라마 같은 인생이 이 한 권에 담겼다. 고단한 삶을 살았으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난관들을 극복해 삶을 성공으로 이끈 기업인의 지난 시간이고 경험이다. 그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유로 디즈니랜드가 위치해 있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건물 3층, 맥스에반 주얼리 회사 사장실에서 마주앉아 차 한 잔 마시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내 이야기는 여러분의 당면한 문제를 당장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한 가닥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국비로 지원되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기로 했다. 해외 유학과 함께 졸업 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공군 기술고등학교(현,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지독하게 가난했지만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보다 7년간의 의무복무를 하며 대학, 유학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매력을 느꼈다. 결국 스물일곱 살 되던 해인 1997년 2월, 그의 손엔 대학 졸업장과 중등영어교사 자격증, 항공기술 전문경력, 그리고 각종 기술 자격증과 두둑한 퇴직금이 있었다. 꿈을 안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학비를 벌기위해 생존하기 위해 미국생활에 한창 적응하고 있을 무렵, 그해 가을은 그에게 너무도 잔혹했다. 한국이 IMF 구제 금융을 받게 된 것. 원화 가치는 1달러에 830원에서 2000원까지 떨어졌다. 많은 이들이 그 고통을 함께했을 터. 소중한 꿈을 앗아간 돈, 그때부터 진학보다는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었다.

모텔 벨보이로 일하며 크고 작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던 중 객실 손님에게서 "부자가 되려면 무역 일을 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맨해튼 미드타운 5번가에 위치한 패션주얼리 무역회사에서 '장사꾼'이 되기로 한 것이다. '일일 매출 목표 만불!'을 책상 앞에 붙여놓고는 매출을 달성하지 않으면 밥도 먹지 않았다. 그는 "꿈은 높게 잡아야 한다는 말이 떠올라 그렇게 했고, 지금도 실현 가능한 것보다 한 단계 높게 목표를 세운다"고 한다. 그곳에서의 세일즈맨 경험은 오늘의 그를 만든 밑거름이 됐다.

이 책은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무역인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준다.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얼리 무역상으로 우뚝 서기까지 겪었던 고충과 고민, 경험담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특히 마지막 장의 '청년을 위한 10가지 제언'은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삶의 조언을 전한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은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수정해 가며 살고 있다"며 "여기서 그림은 다른 말로 '상상력'인데, 마음의 펜을 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보라"고 강조했다.

◇파리의 주얼리 상인=장영배 지음. 푸른향기 펴냄. 224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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