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고개 숙인 문학동네…1세대 퇴진과 사과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보라 기자  |  2015.09.02 16:09  |  조회 3065
신경숙 작가/사진=뉴시스
신경숙 작가/사진=뉴시스

소설가 신경숙(52) 표절 파문과 관련해 '문학 권력'으로 지목됐던 문학동네가 1세대 편집진 퇴진, 계간지를 통한 사과 등으로 고개를 숙였다.

2일 뉴시스에 따르면 강태형 대표와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 6명(이문재·남진우·황종연·서영채·류보선·신수정)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통해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1993년 12월에 창립해 한국 대표 문학 전문 출판사로 자리 잡은 문학동네는 지난 6월 신경숙 작가의 표절 파문이 확산되면서 '문학 권력'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문학동네는 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출판사 중 하나다. 신 작가는 주로 문학동네(문동), 창작과비평(창비), 문학과지성(문지) 등에서 소설을 내왔다.

이들 출판사들의 폐쇄된 권력구조와 상업주의, 문단 내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 평론가들의 영혼없는 '주례사 비평' 등이 신 작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을 무마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장 표명 요구와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문학동네 측은 신 작가의 표절 파문과 관련된 책임을 지고자 1세대 편집진을 퇴진키로 결정했다.

문학동네는 또 전일 발간된 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에서 표절 파문과 관련해 사과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문학동네' 가을호 서문에서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표절작이라는 문제 제기는 15년 전에 이미 한 차례 있었다"며 "비록 정문순 평론가의 글이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십여 개의 비슷하거나 거의 동일한 문구'가 있다고만 단정하고 있어 당시의 감각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해도, 한 번 제기된 문제를 소홀히 넘긴 것에 대해서 나를 비롯한 어떤 평론가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시의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이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며 "이번 일로 깊은 실망을 느꼈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나를 비롯해서 문학동네 편집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일련의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권 평론가는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신경숙 작가의 개인적인 잘못이 아니라 '문학의 타락'(이응준 작가는 이 표현으로, 문단과 출판 시스템의 어떤 문제에 대해 고발하고 싶었던 것 같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의 타락에는 '문학동네'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많았다. 이런 주장들에 응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이번 가을호에서 '비평 표절 권력'을 다룬 특집을 마련했다. '비평' 부문에서는 김병익·도정일·최원식 평론가의 글, '표절' 부문에서는 장은수 평론가의 글을 담았다. '권력' 부문에는 젊은 작가인 김도언·손아람·이기호·장강명과 신형철 문학동네 편집위원이 진행한 좌담을 실었다. 이들은 '한국 문단의 구조를 다시 생각한다 - 작가들의 시선으로'를 주제로 좌담을 했다.

한편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은 지난 6월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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