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없는 영화 '국제시장',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
[이현지의 컬티즘㉔]부모 세대 이야기이자 한국사의 한 페이지, 그 소재의 무거움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12.01 13:32 | 조회 6987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사진=CJ엔터테인먼트 |
시사회를 통해 먼저 접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은 바로 우리 부모 세대 이야기다. 전쟁통에 가족이 생이별을 하고 돈을 벌려고 독일로 광부 간호사가 되어 떠나야했던 시절. 베트남 전쟁에서 또 한 번 역사의 반복을 체험하고 여의도 광장의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곱씹어야 했던 그 시절. 자신을 위해 살기에는 모두가 너무나 가난했기에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며 살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영화 '국제시장'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
윤제균 감독 역시 이러한 지점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전쟁통에 동생과 아버지를 잃어버린 한 남자아이가 남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간다. 동생 학비와 결혼 비용을 위해 파독 광부, 베트남 전쟁에 자원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려고 끝까지 고모의 가게를 지켜낸다.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아낸다. 이 장면을 그저 신파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이며 불과 50년전 한국사의 한 페이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예를 들어 젊은 시절의 남진이나 앙드레김의 등장은 신선하지만 조금 억지스럽다. '감동'의 측면은 더 문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달구와의 우정, 영자와의 사랑, 가족을 위한 덕수의 희생, 파독 광부의 삶, 이산가족 찾기 등 감동을 주려고 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다. 감동을 느끼려고 하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버려서 몰입하기도 어렵다.
영화 '국제시장'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
여러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발언으로 짐작하건데 윤제균 감독은 이 영화에 매우 애착을 가지고 스스로 몰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을 봐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 영화에 너무 욕심을 부리고 힘을 준 것은 아닌가 싶다.
혹자는 이 영화를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말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영화이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보여주는 형식이 '국제시장'과 같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이 '포레스트 검프'라는 한 사람인 것에 비해 '국제시장'의 주인공은 '덕수'가 아니다. '덕수'는 그저 한국사를 실어나르는 매개체일 뿐, 그 안에 진짜 그의 이야기는 빠져있다. '덕수'는 그저 '그 시절 우리네 아버지'의 상징적 은유일 뿐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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