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창작뮤지컬 '심야식당'

[이현지의 컬티즘<31>]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인지도…국내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1.19 09:07  |  조회 3583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대학로 뮤지컬센터 홈페이지
/사진=대학로 뮤지컬센터 홈페이지

'소울 푸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먹는 이의 영혼을 감싸주는 소울 푸드는 사람들이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아늑한 고향의 맛이다. 나는 어린시절 편식이 심한 편이었다. 먹는 음식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어린 내가 두부조림을 처음 먹었을 때, 엄마가 너무 기뻐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아직도 종종 듣는다. 그래서일까. 엄마는 아직도 내가 집에서 밥을 먹을 땐 두부조림을 빼놓지 않는다. 나에게 두부조림이라는 소소한 음식은 소울 푸드다.

몇 년 전에 봤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은 이 소울 푸드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들로 이뤄진 드라마다. 회당 25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보기 쉬웠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밤 12시부터 7시까지만 운영하는 식당에서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며,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는 구성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 에피소드들은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프고 외로운 이야기들이었고, 그들을 위로해주는 음식이 한 가지씩 나온다. 때로는 말없이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깨달았었다.

이 드라마는 같은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한국에서도 2012년 말 기준 30만부 이상 팔린 인기작. 드라마는 시즌3까지 나왔으며, 영화로도 제작이 된 바 있다. 지난주에 본 뮤지컬 '심야식당' 역시 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 2012년 초연 이후 지난해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재공연지원 선정작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사진=대학로 뮤지컬센터 홈페이지
/사진=대학로 뮤지컬센터 홈페이지


사실 국내 창작 뮤지컬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현실이다. 스토리의 전개는 그렇다쳐도 음악적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고, 쏟아지는 라이선스 뮤지컬들을 넘어설 매력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심야식당'은 인기 있는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인지도를 기반으로 국내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음악의 완성도가 탄탄하다. 비록 세계적인 뮤지컬처럼 기억에 남는 한방은 없지만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구슬프게 귀에 감기는 넘버들이 극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도 한 몫한다. 총 10명 정도의 배우가 다양한 역할로 등장하는데, 연기며 노래에 어색함이 없다.

다만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이 맞물리는 과정에서 조금은 지루해지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극의 전개가 조금 더 쫀쫀해지고, 에피소드간의 강약 조절을 통해 극 전체의 리듬감을 살리면 좋겠다. 원작의 에피소드 몇 개를 추려서 하나의 극으로 만들기 위해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아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큰 흐름이 조금 더 부각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원작에 대한 충실도를 조금은 내려놓고, 하나의 극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여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근 나에게 '소울 푸드'가 하나 더 생겼다. 얼마 전 충무로에서 먹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족발이 그것이다. 좋아하는 친구와 맛있는 음식의 조합은 그날 받았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렸다. 사회가 고도로 이성화되면서, 먹는다는 행위가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실 먹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생존 이상의 의미다.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음식은 사랑이고,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은 추억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음식은 슬픔이고, 이제는 사라진 지난날의 열정이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식사했는지를 묻는 것은 상대방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 오늘 저녁에는 좋은 사람들과 당신의 '소울 푸드'를 함께 먹으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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