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욕망이 부딪힌다…드라마 '원티드'의 매력

[이현지의 컬티즘<99>]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갓티드'라 불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7.14 08:01  |  조회 11503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장르물의 무덤'이라는 지상파에서 최근 보기 힘들었던 드라마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이별을 조금도 개입시키지 않는 철저한 장르물이라는 것도 그렇고, 범죄를 다루는 생방송 리얼리티 쇼라는 소재 자체도 독특하다.

흡입력과 몰입도는 높지만 지친 하루 끝에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며 머리를 쉬고 싶은 주중 저녁,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수목드라마 '원티드'말이다.

'원티드'는 톱여배우 아들의 납치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생방송 리얼리티 쇼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장르물 특유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와 복잡하게 얽힌 사연으로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이 어렵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기 힘든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갓티드'라고 불리우는 중이다.

범죄를 생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라는 콘셉트는 사실 영화 장르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독점 생중계하고, 2007년 개봉한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는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가 자신의 아이를 유괴한 범인을 찾아달라고 하며 실제 유괴범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이렇게 미디어와 범죄를 연결시켰던 전작들은 '미디어'의 속성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예를 들자면 '그놈 목소리'에서처럼 진짜 유괴범의 목소리가 실제로 뉴스에 방송될 수 있을까. 시청자들에게는 범죄의 심각성보다 진짜 유괴범의 목소리라는 선정성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문제의식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저 유괴범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만을 보여준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는 방송을 둘러싼 사람들의 추악한 욕망을 냉소적으로 비춘다. 생방송 도중 폭탄이 터져 사람이 죽지만, 관객은 속물적인 그들을 관조할 뿐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 테러범이 요구한 진정한 사과도 끝까지 없다. 이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방송의 선정성일 뿐, 진정성은 없다.

드라마 '원티드'에 등장하는 쇼에는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얽혀 있다. 방송사 사장, 책임피디, 피디, 조연출, 작가, 연예기자 등이 각자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사진=김아중 인스타그램
/사진=김아중 인스타그램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욕망, 특종을 잡으려는 욕망 등 각자의 이해관계와 방송의 기본적인 선을 지키려는 고민,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이 함께 얽혀들면서, 방송의 선정성과 진정성이 동시에 구현된다. 출연자들이 끊임없이 진정성과 선정성 부분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사이, 시청자들도 같은 부분에서 고민하게 된다.

과연 아이가 실종된 상태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너 배우잖아!"라는 말과 "아이는 살려야지"라는 말을 동시에 외치는 PD는 과연 시청률과 아이를 살리려는 의도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수많은 욕망과 고민들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담담하게 보여주며 '원티드'는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매회 사회 현안들까지 건드리며 깊이를 더해가는 이 드라마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시청률이 아닌 작품성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지상파 웰메이드 장르 드라마가 끝까지 그 힘을 잃지 않길 바란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