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첫 만남…사귀기 전에 섹스한 남자와 이별한 이유

Style M  |  2015.05.03 04:05  |  조회 919

[김정훈의 별의별 야식-5] 맛있는 연애를 위한 타이밍-바삭바삭 촉촉한 멘보샤


누구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을 것 같은 날, 마음껏 연애상담을 할 수 있는 편안한 술집이 있다면 어떨까? 공허한 마음과 몸을 채워 줄 요리, 만족스런 연애와 사랑을 위해 먹으면 좋은 음식은 뭐지? 남녀가 섹스 전과 후에 먹는 음식은? 이 모든 궁금증이 해결 되는 곳이 있다.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은밀한 연애 이야기로 만들어진 맛있는 메뉴가 매주 채워지는 곳. 김정훈 연애칼럼니스트가 이 시대의 편식남·편식녀들에게 추천하는 힐링푸드, 별의별 야(한)식(탁)!


/사진=진진


나는 튀김을 좋아하지만 우리 가게엔 튀김메뉴가 없다. 튀김옷 안에 감춰진 재료의 고유한 맛을 느끼는 과정은 어딘지 모르게 야한 느낌을 주는 만큼 한때는 우리가게에 딱 맞는 음식이란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뉴에 올려놓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튀김은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이다. 바삭한 튀김옷의 식감을 잘 살리면서도 주재료의 맛을 잃지 않고 적당히 익혀내는 건 제대로 된 연애를 하는 것만큼이나 난해하다고나 할까. 전문가들은 맛있는 튀김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 깨끗한 기름과 기름의 정확한 온도를 강조한다.


조금 전 가게로 들어온 여자, 문을 열자마자 식식거리며 자리에 앉더니 맞은 편 단발머리 여자에게 폭풍우처럼 연애조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긴 웨이브 머리의 여자는 연애 뿐 아니라 튀김요리의 정수에도 한 발짝 다가간 전문가 같았다.


"너 진짜로 그러면 큰일나. 다 타이밍이 있거든. 고백도 마찬가지지만 스킨십은 더더욱!"


"그런 걸 사람에 따라 달리 해야지 절대적인 기준을 정해 놓으면 오히려 실패하지 않을까?"


"얘가 뭘 몰라요. 너 튀김 좋아하지. 그거 만들 때 뭐가 제일 중요한 지 알아? 정확히 160도에서 180도 사이의 기름에 재료를 넣어야 한다는 거야. 온도가 낮을 때 넣으면 수분이 빠져나오기도 전에 기름이 흡수돼서 눅눅하고 느끼해지거든. 지나치게 뜨거워졌을 때 넣으면 속이 익기도 전에 겉만 다 타버려서 못 먹고. 스킨십도 마찬가지야. 해야 하는 적절한 온도가 있는 거지. 그걸 제대로 정해놓지 않으면 남자한테 휘둘린다니까. 여기 시원한 맥주 좀 줘요 빨리!"



/사진=김정훈


테이블에 맥주를 놓고 돌아서는데 속상한 표정을 짓던 단발녀가 튀김요리가 없냐고 물어왔다. 없다고 말하려는 찰나 웨이브녀의 무서운 시선이 느껴졌다. 대답을 삼켜 버렸다. 둘은 이야기를 이어 나가며 아무 튀김요리나 좋으니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것도 맛.있.게.


튀김은 불가능하다고 얘길 하면 그녀들이 남자들을 향해 뿜어내던 분노의 화살들이 모조리 우리 가게를 향해 포격해 올 것 같았다. 주방으로 돌아와 재료를 찾아봤다. 튀길 재료로는 해산물이 조금 있었다. 튀김용 기름과 팬도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튀김가루와 밀가루가 애매한 양 밖에 남아 있질 않았다. 슈퍼에 사러 나가려는데 샌드위치용 식빵이 보였다. 아! 튀김옷을 만들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생각났다. '멘보샤'다.


멘보샤는 꽤 고급음식에 속하는 중국요리다. 곱게 다진 새우에 소금과 후추, 생강과 미림을 넣어 잘 버무린다. 그리고는 가장자리를 잘라내 4등분을 한 식빵에 버무린 새우살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튀겨내야 한다. 새우 다지는 소리를 헤집고 간간히 들려오는 그녀들의 대화를 요약해 보면 대충 이랬다.

단발녀는 최근에 두 사람과 만남을 했는데 모두 씁쓸하게 끝이 났단다. 첫 번째 남자와는 사귀기도 전에 첫 만남에서 섹스를 해 버렸고 그녀는 그와의 이별원인이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번째 남자와는 연애를 시작한 후에도 일부러 더 철저하게 스킨십 시도를 거부했단다. 웨이브녀는 그런 어중간한 자세가 단발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3번 정도 만나면 손을 잡고 한 달 후에 키스를 하고 그로부터 다시 한 달 후에 섹스를 하는 등 철저하게 자신만의 타이밍을 정해 놓는 것 이야말로 연애를 잘 하는 비법이라는 게 웨이브녀의 조언이었다.


/사진=영화 '비포선셋' 스틸컷


나름의 해법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는 사이 가열된 기름의 후끈함이 느껴졌다. 적절한 튀김기름의 온도는 반죽가루를 떨어뜨려보면 알 수 있다. 반죽이 바닥에 가라앉자마자 곧바로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하면 160도, 중간이상까지만 가라앉았다가 올라온다면 175도 정도니 이때 재료를 넣어주는 게 보통이다. 지금같이 반죽이 없을 경우엔 젓가락을 프라이팬 바닥에 대 보면 된다. 기포가 올라오면 넣어도 좋다는 신호다. 치이익. 고소한 향기를 풍기며 샌드위치가 튀겨지기 시작했다. 향기와 소리에 반응한 그녀들이 이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것 봐. 남자들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네가 정한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래도 그게 모든 사람에게 매번 똑같이 적용될까? 아...난 모르겠어."

안주 없이 맥주 2잔씩을 다 비워낸 그녀들에게 완성된 멘보샤를 가져다 줬다. 잘 튀겨져서 다행이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제대로 성공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여자친구가 중국음식점에서 이걸 되게 맛있게 먹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만들어봤죠. 말씀하신 것처럼 튀길 땐 기름의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온도계까지 샀었구요. 근데 결과가 어땠는 줄 알아요? 대실패. 그렇게나 철저하게 타이밍을 정해놓고 확인했었는데 말이죠"


"이유가 뭐였는데요?" 웨이브녀가 물었다.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기름의 온도만 해도 그랬죠. 절대적인 온도도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만 상대적인 변수를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기름의 양이라던가 한 번에 떨어뜨리는 튀김의 개수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온도만 확인하고선 안심하고 있었으니 실패는 당연했어요. 예를 들어 기름 1리터의 적정온도에 닭다리를 튀긴다면 한 번에 닭다리 3개 정도가 알맞아요. 근데 5개를 넣게 되면 불의 세기를 더 올려서 온도가 안 떨어지게 해야 하거든요"


/사진=영화 '비포선셋' 스틸컷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든 스킨십의 타이밍이든, 자신만의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그걸 제대로 적용하는 건 관계의 주도권을 잡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튀김의 맛이 재료의 종류와 양, 반죽의 상태 등 수 많은 변수에 의해서 바뀔 수 있는 것처럼 연애 역시 그러한 변수들을 염두 해둬야 한다. 모든 경우의 수에 정확한 해법을 마련해 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쉽지 않다. 그러니 내가 정해 놓은 타이밍을 적용시켰다는 것에 안심할 게 아니라, 끊임없이 불의 세기를 컨트롤하고 거기에 맞춰 재료를 조리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게 아닐까.


맥주를 마시는 그녀들을 보며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웨이브녀가 나를 홱 하고 돌아봤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근원지는 기름을 부어놓은 팬 이었다. 미처 꺼내지 못한 멘보샤 한 조각이 새까맣게 타버린 것이었다. 역시 요리든 연애든 그 맛을 위해선 제대로 된 관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단발녀의 말에 뜨끔했다. 웨이브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단발녀를 보더니 연애에선 관심보다 밀당이 더 중요하다는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킨 뒤 차가움이 남아 있는 입으로 따뜻한 튀김을 베어 물어야 바삭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 튀김반죽을 할 때도 얼음을 넣어야 더 바삭해지고" 역시 웨이브녀는 전문가였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이 곳에서 알바 할 생각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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