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슈퍼주인들 '농심라면 안팔기' 단체행동 나선 까닭?
"라면값 인상 꼼수" 주장 오는 12일까지 反농심 운동 돌입‥농심 "억울"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2.01.03 05:40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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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부터 동네 슈퍼마켓 주인들이 농심 제품 판매를 거부하는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농심이 지난해 11월 라면값 인상 과정에서 보인 불공정한 행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슈퍼마켓 상인들이 만든 회원수 2만 여명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는 12일까지 '농심 상품 치우고 안 팔기' 운동을 진행한다. 이 커뮤니티는 농심을 '비양심적 기업'으로 규정하며,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대리점 반품을 진행하고 농심 제품을 단계적으로 매대에서 철수시켜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단체 행동이 촉발된 사연은 이렇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라면 값을 전격 인상했는데 최종 소매점이 대리점 등에서 매입하는 가격의 인상폭이 권장소비자가 인상폭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상인들의 반발을 초래한 것이다. 즉 소매업자의 마진을 농심 측이 빼앗아 갔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안성탕면의 개당 권장가가 650원에서 700원으로 6% 인상됐는데 소매점 매입 가격은 13.9% 올랐으며, 신라면의 경우도 소비자가가 730원에서 780원으로 7.1% 오른 사이 매입가는 12.2%나 뛰었다.
농심 측에선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공장도 가격은 전국적으로 동일하며, 각 지역 대리점 등에서 소매 유통 마진이 결정되고 있단 주장이다. 그러나 소매업자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일부 매장은 기존 마진율에 따라 단가 조정이 다시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슈퍼마켓 주인들은 농심이 공식적인 사과나 해명 없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다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업계에선 이번 논란이 하나의 불씨에 불과하며, 결국 그동안 쌓였던 농심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라면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사실상 독과점 업체인 농심은 그동안 높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슈퍼마켓 주인들에게 '절대 갑'으로 군림해왔다.
슈퍼 주인들의 불만이 깊이 잠재했지만 약자 입장에선 쉽게 드러내긴 어려웠다. B마트 사장은 "힘을 가진 농심의 제품은 마진도 거의 남지 않는데다 수금도 그날그날 현금으로 받으러 온다는 불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반란'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기류가 형성된 데다 경쟁사 제품들이 약진한 점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신라면 말고도 팔리는 라면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C슈퍼 관계자는 "기존 진라면, 삼양라면 뿐 아니라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얀국물 라면(꼬꼬면·나가사끼짬뽕·기스면) 등 '대체재'를 매대에 채웠는데 매출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슈퍼들은 아예 오뚜기·삼양식품 등과의 프로모션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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