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포트 "침소봉대식 비교로 업체는 문닫을 판"

"비교 기준 및 방법 한쪽으로 치우쳐"..변액보험 수익률 계산도 잘못돼

이어서 기자, 신수영 기자  |  2012.04.10 06:05  |  조회 4697
한국판 소비자 보고서 'K-컨슈머리포트'는 비교 기준이 지나치게 편향돼 있고, 조사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수익률 산정의 ABC도 모른 채 비교를 했다"고 지적할 정도다.

해당업계는 단순히 '추천' 을 받지 못해 억울한 것이 아니라 컨슈머리포트 자체의 비교 기준이나 방법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컨슈머리포트의 신뢰도와 정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등산화를 만드는 A사 관계자는 "일반 등산화는 용도별로 국산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는데 겨우 5개 브랜드 10개 제품의 6~7개 기능만을 놓고 우위를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좋은 품질을 갖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하위 브랜드에게는 평가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가격과 무게감'에만 집중된 조사라는 불만도 많다. B사 관계자는 "산행스타일이나 목적, 용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등산화를 무게와 가격 관점에서만 비교했다"며 "등산화 품질에서 가장 중시하는 안전성과 땀 배출, 접지력, 뒤틀림 방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C사 관계자는 "등산화 분야에서 점유율 20%대를 차지해왔는데 컨슈머리포트에서 는 추천받지 못했다"며 "다른 기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가격만 비싸고 무거운 제품으로 오해받아 억울하다"고 했다.

수입유모차 업체들도 컨슈머리포트에 아쉬움을 표했다. 국내 수입유모차가 해외 5개국(미국, 일본, 네덜란드, 이태리, 스페인)과 비교해 1.33~2.21배 까지 더 비싼 것으로 나왔지만 국내시장의 독특한 유통환경 등 여러 상황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수입 유모차업체 A사는 "유통 수수료와 기타 마케팅 비용 등 국내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은채 무조건 한국의 유모차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항의에 설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된 리포트 내용을 반박해서는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해 잠자코 있다"고 했다.

생명보험업계(생보협)도 컨슈머리포트에 모순이 있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기준으로 수익률을 산출한데다, 산출 과정에 오류가 있어 수익률이 실제보다 낮게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보협은 손해배상 같은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생보협은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상품별로 판매시기와 운용기간이 천차만별인데다 사업비 역시 각기 달라 컨슈머리포트에서처럼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모든 상품을 월 20만원씩 10년간 납부한 것으로 가정해 수익률을 산출한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주가가 높을 때 나온 상품은 수익률이 좋고, 주가가 낮을 때 나온 상품은 수익률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며 "더욱이 각 보험사의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최대 10개 펀드로 구성돼 있는데 컨슈머리포트는 이중 1개 펀드만으로 수익률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정 기준이 모호한데다, 생보협이 자세한 기초 자료 공개를 요구해도 응답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매월 불입하는 보험금을 일시납으로 계산해 실효 수익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왔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생보협 방법대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이번 자료에서 1위를 한 교보생명 우리아이 변액보험의 수익률은 컨슈머리포트의 수익률(연 4.06%)보다 한결 높은 연 6.64%가 된다.

국민세금으로 만든 컨슈머리포트가 오히려 가격 거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이순영씨는 돱23만원 짜리 등산화가 가장 저렴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가격거품이 심한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거품을 컨슈머리포트가 떠받쳐주는 꼴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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