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 36세 훈남 아티스트, 특이한 과거

[피플인터뷰]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프로팀 이진수 헤라 수석아티스트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2.05.17 06:35  |  조회 40476
ⓒ이기범 기자
ⓒ이기범 기자
상상이 깨졌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하면 떠오르는 러블리한 레이스 옷차림, 여성스러운 외모와 몸짓이 아니었다. 곤색 재킷에 파란색 줄무늬 티셔츠, 회색 팬츠를 매치한 흠잡을 데 없이 말끔한 스타일.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헤라부띠크'에서 만난 그는 '옷 좀 입는' 훈남 회사원이었다.

최근 케이블채널의 뷰티·패션 관련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스타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있다.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프로팀의 이진수(36·사진) 헤라 수석아티스트다. 그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 3·4에서 패션쇼 모델들의 메이크업을 맡으면서부터다. 특히 시즌4 방송이 나간 뒤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훈남 이진수 아티스트의 분량을 늘려달라", "어디가야 만날 수 있냐", "여자친구 있을까" 등 글이 폭주하기도 했다.

이진수 수석아티스트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화학도다. 분장 공부를 시작한 친한 친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군 제대 전까지는 메이크업 브러쉬나 펜슬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 체격이 건장한데다 합기도 2단, 태권도 2단의 무술 유단자여서 '스펙'으로는 도저히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거리가 멀었다. 군 시절엔 대통령 경호실에 배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군 제대후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졌다. 전공은 뒷전, 메이크업에 대한 정보만 캐고 또 캤다. 아버지는 "남자가 공부나 하지 무슨 메이크업이냐"며 반대했지만 도저히 포기가 안됐다.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지원해준 덕택에 학원을 다니며 메이크업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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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다닐 때 정말 모든 게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버스타고 가면서, 까페에 앉아서 그저 여자들 얼굴만 쳐다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 인생을 결정한 터닝 포인트였어요."

학원 수료 후에는 닥치는 대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 메이크업 현장에 발을 들인 지 4년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2003년 글로벌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 본사에서 메이크업 기법과 트렌드를 사사받고, 시즌마다 새로 나오는 제품들의 특성을 분석해 국내 매장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2007년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만 구성된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프로팀에서 스카웃 제의가 온 것이다. 현재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헤라'의 상품 기획부터 광고, 마케팅까지 총괄한다. '신민아 메이크업' 등 시즌별 헤라의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 제품도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이 수석은 "무작정 메이크업을 선택했다가 쉽게 포기하는 후배들이 많다"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겉에서 보기엔 화려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개발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분장, 방송, 행사 등 다양한 (메이크업)분야를 충분히 경험한 뒤 자신에게 보다 맞는 진로를 찾아야 한다"며 "프로 직업인으로서 실력과 기본 예의.자세를 갖춘 사람에겐 늘 길이 열려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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