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보다 싸고 좋은 옷" 日 수십만명이…

[머투초대석]국내 최대 아울렛 선보인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

대담=강호병 산업2 부장, 정리=송지유 기자  |  2012.10.15 06:12  |  조회 342599
-1관 증축까지 마치면 아시아 최대 아울렛으로 자리매김
-여성 니트의류 '까르뜨니트' 사업도 지속할 터
-"백화점 세일보다 건질 것 많은 쇼핑공간 만드는 게 꿈"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2001년 7월 구로공단(현 서울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에 눈부시게 밝은 조명이 켜졌다. 1970∼1980년대 수출산업의 메카였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폐허로 변했다. 어둠이 깔리면 인적조차 드물 정도로 황량한 구로공단에선 참으로 오랜만에 새어 나온 불빛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단을 등대처럼 밝힌 조명은 '1회성 깜짝쇼'가 아니었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계속 구로공단을 밝혔다. 구로공단 속 의문의 조명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호선 지하철을 탄 승객도, 남부순환로를 달리던 운전자도 조명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2012년 구로공단은 '디지털단지'라는 새 이름에 걸맞게 똑똑하게 변신했다. 검은 연기를 내뿜던 공장지대는 하루 수십만명의 쇼핑객이 방문하는 패션타운으로 바뀌었다. 그 중심에 십수년간 한결같이 구로공단을 지킨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57·사진)이 있다.

한 푼이 아쉽던 외환위기 직후 5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로공단을 환하게 밝힌 장본인이다. '아울렛'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10여년 전 국내 최초로 도심형 패션아울렛 사업에 도전한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유통가에서 아울렛은 도심에 있는 것이 경계되는 업태다.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리는 상품을 그 바로 옆에서 싼 값에 파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일반적으로 아울렛이 교외에 있는 것도 차를 몰고 멀리까지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줘야 백화점서 비싸게 산 억울함(?)이 줄어드는 소비심리를 근거로 한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같은 선입관에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밀었다. 편리한 대중교통을 무기로 백화점 세일때보다 '건질 것이 많은 아울렛'을 만드는게 꿈이다.

최근 국내 최대 아울렛인 '마리오아울렛 3관'을 오픈하며 수년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홍 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사업 얘기와 향후 계획, 아울렛 시장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마리오아울렛 3관 개관을 축하합니다. 지난 2004년 2관을 선보인 이후 후속 작업에 꽤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사업부지를 매입하고 3관 건물을 짓기까지 꼬박 9년이 걸렸습니다. 2001년 마리오아울렛 1관을 열고 3년만에 2관을 선보인 것에 비하면 많이 늦어진거죠. '공단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제 때문에 긴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지상 16층 규모로 건립하는 3관 당초 설계도 허가 과정에서 백지화됐구요.

다시 3년간 재설계를 거쳐 지하 4층∼지상 13층, 연면적 5만9400㎡(1만8000평)의 국내 최대규모 아울렛을 완성한 겁니다. 무엇보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내놓고 싶었습니다. 연구하고 또 연구했습니다. 브랜드 유치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마리오아울렛 3관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존 1·2관은 그대로 운영하는 건가요.

▶아울렛 사업을 10년 넘게 하면서 지인들에게 돱우리 쇼핑몰 한번 놀러오라돲는 말을 못했습니다. 패션 브랜드만 모아놨던 1·2관 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3관을 오픈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패션, 스포츠·아웃도어, 가구, 리빙, 화장품 등 입점 브랜드가 500여개에 달하는데다 먹고,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까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맛집'을 수소문해 푸드코트에 배치했습니다. 패스트푸드부터 커피전문점, 빵집까지 있습니다. 쉴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그동안 고객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이제 마음의 짐을 좀 덜었습니다.

1·2관도 대변신을 시작합니다. 1관 옆 주차장 부지를 6층 규모로 증축해 내년 9월 개점할 계획입니다. 확장 공사가 모두 끝나면 1∼3관을 모두 합쳐 마리오아울렛의 영업면적이 13만2000㎡(4만평)으로 아시아 최대 아울렛으로 재탄생합니다.

-의류 제조업(여성 니트 '까르뜨니트')을 하다가 돌연 유통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의류사업은 계속 하실 건가요.

▶의류사업을 하면서 재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판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해외시장을 돌면서 한국에 백화점식 아울렛을 열면 성공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사업 추진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금융권은 물론 컨설팅 전문기관까지 사업성이 없다고 뜯어 말렸으니까요. 하지만 사업 부지를 유명 브랜드 재고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다는 확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부터 마리오아울렛 1∼3관 지을터를 확보했습니다. 헐값에 나온 매물이 많았거든요. 지금 마리오아울렛 1관 자리는 효성물산의 자동차 부품 창고였습니다. 3관이 들어선 곳은 1970∼1980년대 수출시장을 주름잡던 가발·패션공장 자리죠.

마리오아울렛이 크면서 까르뜨니트 계속 만들거냐는 질문이 많은데 저는 영원한 '패션인'입니다. 제 사업의 시작도, 끝도 패션입니다. 수십년간 '까르뜨니트'를 구매해 준 골수팬들 위해서라도 계속할 겁니다.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경기 여주·파주 등에 대형 유통기업들이 잇따라 아울렛을 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업경쟁이 치열해질텐데 매출 성장이 가능할까요.

▶마리오아울렛의 강점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서울 시내 아울렛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곳도 접근성이 떨어지면 자주 찾기 어렵죠. 생필품을 구입하는 대형할인마트는 짐이 무거우니 차를 몰고 가야겠지만 의류쇼핑은 좀 사도 가방이 가볍지 않습니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와도 부담없다는 얘기입니다.

마리오아울렛 1관을 연 2001년 매출액이 500억원이 2관을 열면서 12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2100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3관 영업이 본격화되면 매출도 급증할 겁니다. 오는 2015년에는 매출액을 5000억원까지 끌어올릴 자신있습니다.

-마리오아울렛이 어떤 곳으로 성장했으면 하는지 구상을 밝혀주신다면.

▶아울렛 사업을 시작하면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아울렛은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남은 이월상품을 주로 파는 곳인 만큼 물량의 한계가 있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마리오아울렛은 이 한계를 뛰어넘을 겁니다. 백화점 세일기간보다 '싸고 좋은 제품을 건질 수 있는' 쇼핑공간으로 만들겁니다. 매장 수수료는 백화점의 절반입니다. 백화점 보다 물건을 싸게 팔 원천이기도 합니다.

밖으로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반드시 찾는 쇼핑명소로 만들 계획입니다. 명동에 가는 것처럼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 마리오아울렛에도 오게 해야죠. 최근 중국관광청이 마리오아울렛을 믿을 만한 쇼핑몰로 선정하면서 이미 외국인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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