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디자이너' 이상봉 "패션으로 돈 벌려면…"

K-POP 한류열풍 고부가 패션산업으로 키워야…신진 디자이너 지원 시급

송지유 기자,사진=이동훈 기자  |  2012.10.30 05:10  |  조회 11060
-"디자이너는 시간과 싸우고 계절에 아부하는 고된 직업"
-"바이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2002년 첫 진출 파리컬렉션 11년 연속 참가
-대중과의 소통 창구, 세컨드 브랜드 '라이' 론칭


'국민 디자이너' 이상봉 "패션으로 돈 벌려면…"


디자이너 이상봉(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은 어디를 가더라도 연예인 못지 않은 관심을 받는다. 지난 25일 '2012 추계 서울패션위크'가 열린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그가 등장하자 곳곳에서 카메라 세례와 사인 공세가 이어졌다. 그와 함께 걷는 동안 카메라 기자와 패션업계 종사자, 패션을 전공하는 대학생 등이 계속 몰려 들었다.

한글 디자인으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은 패션 디자이너.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의상과 탁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직접 만든 장본인. '무한도전' 등 인기 TV프로그램 출연으로 초등학생도 알아보는 '국민 디자이너'. 이상봉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이동훈 기자
ⓒ이동훈 기자
이상봉 디자이너는 지난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이상봉'을 론칭했다. 디자인을 공부한 기간까지 더하면 30여년간 '패션'이라는 한우물만 팠다. 처음부터 디자인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서울예대에서 방송연예학을 전공했고, 연극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생계가 현실이 되며, 배우의 꿈을 접고 디자인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참 좋았어요.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간 국제복장학원(KDC.국제디자이너클럽)에서 패션 인생이 시작됐으니까…. 새내기 디자이너가 연말 자선행사에서 패션쇼를 한 것도, 디자이너로 일한 지 5년만에 명동 제일백화점에 자신의 매장을 연 것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행운이 절대 아닙니다. "

패션은 그 뿐 아니라 가족의 인생도 바꿔놨다. 아들 이청청씨는 디자이너이자 디렉터로, 아내는 감사로 이상봉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딸은 미국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아버지를 홍보하고 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패션쇼를 진행했다. 특히 지난 2002년 첫 진출한 세계 최고 권위 '파리컬렉션'은 11년째 참가하고 있다. 친동생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직후에도 이상봉 디자이너는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디자이너는 화려해보이지만 1년 내내 시간과 싸우고, 계절에 아부해야 하는 고단한 직업"이라며 "한번 떠난 바이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만큼 컬렉션이나 프리젠테이션을 포기하는 디자이너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최근 세컨드 브랜드 '라이'를 론칭했다. 대중들이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라인으로 자신의 성 '이'의 영문철자 'Lie'에서 딴 브랜드다. 현재는 해외 바이어에게만 판매하고 있지만 내년 봄부터는 국내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디자이너는 "사실 1986년 롯데백화점에 '소호', 1993년 신세계백화점에 '이상봉 아트컬렉션'이라는 세컨드 브랜드 매장을 냈다가 실패했다"며 "경영 마인드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한글·단청 등 한국문화의 우수함을 대중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를 키우고 싶어 다시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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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은 요즘 국내 디자이너를 아우르는 업무로도 바쁘다. 지난 5월 출범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초대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서울패션위크 때는 후배 디자이너들의 컬렉션까지 챙기느라 행사장인 전쟁기념관에서 살았다. 그는 한국의 디자이너를 대표해 "패션을 산업으로 봐 달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국내에선 패션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요. 패션은 그저 옷이 아닌 생활 그 자체에요. 글로벌 100대 기업 가운데 15개가 패션기업일 정도로 절대로 놓치면 안될 고부가가치 산업이고요.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한국 패션이 살아남으려면 국민과 기업, 정부의 따뜻한 응원이 필요합니다. 무한 잠재력을 지닌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육성해서 K-POP과 드라마가 일으킨 한류 바람을 패션산업으로 이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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