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2보다 더 비싼 설화수, 없어서 못 팔아요"

[화장품 한류로드를 가다](4)아세안/이상훈 아모레 싱가포르 법인장

싱가포르=전혜영 기자  |  2013.04.01 06:50  |  조회 12792
"SK2보다 더 비싼 설화수, 없어서 못 팔아요"
"처음에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인삼향을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기우였어요. 이제는 '묻지마 구매'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가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한 지 6개월. 이상훈 아모레퍼시픽 아세안 법인장(41·사진)은 성공적인 안착에 한숨을 돌렸다고 자평했다.

이 법인장은 "설화수 윤조 라인의 경우 '에스티로더'보다 비싸고, 진설 라인은 'SK2'보다 고가인데도 기대만큼 매출이 나오고 있다"며 "본사가 지향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방향을 잘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아세안(동남아 10개국 지역연합) 국가 중 처음으로 싱가포르 오차드 로드의 최고급 백화점인 탕스에 설화수 1호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설화수 외에도 라네즈 브랜드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5개국에 7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싱가포르에는 이미 글로벌 뷰티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있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현지에 맞는 특정제품을 어느 회사가 잘 론칭하느냐가 성패를 가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시장은 특히 각 국별로 종교·언어·국민소득이 천차만별이어서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법인장은 "한류 붐을 타고 있어서 외부에서 보기엔 사업하기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국가별로 하나하나 손도 많이 가고 까다로운 곳"이라며 "다행히 경제성장률이 높고, 잠재력이 커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류에 대해서는 '한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한류 덕분에 현지 고객들이 제품을 검증하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80~9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과 일본 붐처럼 한류도 언젠가는 수그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에는 제품력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는 무조건적인 기회가 아니라 일종의 사업 기회"라며 "고객은 냉정하기 때문에 지금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좋은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에 글로벌 7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세안 시장에서는 2015년 1000억원, 2018년에는 3000억원을 찍고 2020년에는 이곳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 법인장은 "싱가포르는 아세안 허브 도시이자 중국까지 이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까다롭더라도 꼭 성공해야 하는 테스팅 마켓"이라며 "반짝거리는 광고로 현혹하는 단기 전략이 아니라 마케팅과 제품력으로 지속적인 승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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