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도 신는 수제화, 그 인기비결은?

'명장' 박기영 금강제화 기장, 200여 공정 혼자 모두 해결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3.11.07 06:50  |  조회 20071
박기영 금강제화 명동 헤리티지 라운지 기장/사진제공=금강제화
박기영 금강제화 명동 헤리티지 라운지 기장/사진제공=금강제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제가 만든 구두를 신으셨죠."

박기영 금강제화 명동 헤리티지 라운지 기장(58·사진)은 32년간 구두만 만든 제화 장인이다. 친구 따라 우연히 미군 부대의 군용 신발 작업장에서 일한 것이 어느덧 천직이 됐다.

박 기장은 수제화 1켤레를 만드는 데 필요한 200여 가지 공정을 모두 혼자 해 낼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명장이다. 주로 맞춤형 구두 제작을 맡다 보니 유명인사의 구두를 유독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박 기장은 "일단 신발이 편안하고, 가격도 무난해 유명 인사들이 선호하는 편"이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통통한 발 모양 때문에 착화감이 좋은 수제화를 즐겨 신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기장은 본사에서 제품 개발을 주로 하다가 올 초에는 금강제화가 헤리티지 라운지를 오픈하면서 지금은 매장에서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헤리티지 라운지는 경력 25년 이상의 장인이 상주하면서 수제화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금강제화의 고급화 라인인 헤리티지는 30~150만원대의 수제화로 제작기간은 3주, 사후관리는 6개월을 해준다.

박 기장은 "요즘은 20대 후반의 젊은 층 고객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수제화를 비싼 신발이라고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간단한 관리만으로도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슈즈용 크림과 리무버(제거제)로 2~3일에 한 번씩 닦아내는 것만으로 훨씬 오래 신을 수 있다"며 "고급 신발일수록 구두 헤라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발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발이 부어있는 오후에 신어봐야 하며, 가벼운 것보다는 무게감 있는 신발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박 기장은 "요즘은 경량화가 유행이라 가벼운 신발을 찾는 추세인데 가죽 구두는 묵직해야 더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염화칼슘은 구두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눈, 비가 올 때는 가죽보다는 스웨이드 신어야 한다"며 "스웨이드 제품은 다 마른 후 솔로 털어내기만 해도 관리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 기장은 평생 수제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 목표다. 그는 "남들 다 퇴직할 나이에 아직도 일이 있다는 게 기쁘다"며 "이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가능한 평생 수제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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