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데이즈' 있는데 왜 일본 유니클로 입나요?

'데이즈' 3000억대 브랜드로 키운 일등공신, 이연주 이마트 패션레포츠담당 상무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3.12.25 06:10  |  조회 15095
이마트 '데이즈' 있는데 왜 일본 유니클로 입나요?
"대형마트라고 9900원짜리 싼 청바지만 팔 수 있나요? 한국인 체형에 꼭 맞는 좋은 의류를 합리적 가격으로 선보여 유니클로와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이연주 이마트 패션레포츠담당 상무(51·사진)는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선보이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데이즈'를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이 상무는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제품을 사던 시대는 갔다"며 "데이즈는 품질과 가격은 물론 최신 트렌드까지 선도하는 토종 SPA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토종 SPA의 꿈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 '유니클로', 스페인 '자라', 스웨덴 'H&M'이 '빅3' SPA 브랜드이지만 국내시장에서는 유니클로에 이어 데이즈 매출이 두번째로 높다. 데이즈는 올해 매출이 3000억원으로 지난해(2600억원)보다 15% 늘었다. 올해 6900억원대 매출을 보인 유니클로의 절반 수준이지만 자라나 H&M보다는 훨씬 높은 매출이다.

2009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이래 연간 4∼5%의 완만한 성장을 보이던 데이즈는 지난해부터 매출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사전 기획을 통해 1년 전부터 제품을 준비하면서 같은 가격의 제품이라도 소재나 디자인이 몰라보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면바지와 셔츠, 내의 등은 데이즈만 구입한다는 마니아층이 생겼을 정도다.

이마트에서 데이즈를 담당하는 직원은 10여명선. 이들은 상품을 사전 기획한 후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디자인팀과 함께 디자인을 완성한 뒤 국내외 30여개 협력사를 통해 제조에 착수한다. 이렇다보니 디자인과 제조가 순식간이다. 연간 데이즈 매장에 깔리는 제품 아이템만 2500∼3000종에 달한다.

이 상무는 특히 데이즈를 3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운 장본인으로 데이즈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1996년 월마트에 입사해 2006년 회사 인수·합병에 따라 이마트로 자리를 옮긴 그는 줄곧 패션사업을 맡아왔다. 2010년 내부 승진을 통해 이마트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됐다. 그는 특히 수석부장을 거치지 않고 부장에서 곧바로 상무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상무는 "데이즈 매출을 2015년 5000억원, 2018년 1조원으로 2단계에 걸쳐 레벨 업 시킬 것"이라며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데이즈의 사업영역을 기존 의류나 이너웨어 외에 신발과 스포츠웨어로 확대할 방침이다. 매장 구조와 인테리어도 더욱 세련된 분위기로 바꿀 예정이다. 이 상무는 "전국 이마트 데이즈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수는 연간 2000만명을 넘는다"며 "최신 유행을 쫓기보다 디자인과 소재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 토종 SPA 브랜드로 일본 유니클로를 따라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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