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정두영 디자이너 "K-패션 필승비책은?"

[인터뷰]정두영 신원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팝 이어 K패션이 한류 이끌 것"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4.02.13 06:10  |  조회 11274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K-팝의 다음 타자는 K-패션입니다."

정두영 신원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사진·40)는 한 눈에 봐도 천생 패션 디자이너였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콧수염, 세련된 수트를 차려입은 그는 까다로워 보이는 첫 인상과는 달리 시종일관 달변으로 'K패션'의 미래를 낙관했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와 '지이크 파렌 하이트'를 이끌고 있는 그는 최근 종영한 모 방송사의 패션 프로그램 '패션왕코리아'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이 연예인과 한 팀을 이뤄 매주 새로운 콜라보레이션(협업)에 도전해 경쟁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정 디자이너는 방송인 김나영과 호흡을 맞췄다.

매주 새로운 미션에 도전해야 하는데다 일면식도 없던 연예인과 팀워크를 맞춰야 하는 것이 곤욕스러웠다. 방송 출연이라는 중압감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K-패션이라는 화두와 함께 하고 싶어서다.

정 디자이너는 "K-팝의 성공은 결국 재해석을 잘했다는 데 있다고 본다"며 "민요나 국악으로 승부를 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음악 장르들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통한 것"이라고 밝혔다.

K-패션도 같은 맥락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아시아인의 체형과 취향에 맞춰 한국적으로 패션을 재해석하는 것이 K-패션의 출발점"이라며 "얼마큼 체형에 맞춰 현지화를 잘 하느냐가 성공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K-패션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정 디자이너는 "패션은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한계를 두면 뻗어 나가기 어렵다"며 "K-패션을 알린다고 무작정 해외에 매장을 내는 게 정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K-팝이 '유튜브'를 통해 날개를 달았듯 온라인 시장을 강화해야 한다"며 "온라인 마켓이나 직구 시스템 등 인프라적인 측면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금은 K-패션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지만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정작 정 디자이너는 패션 문외한이었다. 미국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그는 현지에서 '청바지 쇼크'를 겪고 패션에 눈을 떴다. 20년 넘게 청바지라고 하면 한 가지만 생각했는데 수 십 종의 개성이 다른 청바지를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데님이 종류별로 그렇게 많다는 걸 미국에 가서 처음 알았다"며 "세분화된 패션 시장을 공부하고 싶어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정 디자이너는 '오리지널' 신원맨이다. 1998년 입사해 올해로 16년째 다니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하다 보니 정작 본인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맡고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K패션을 알리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그는 "남성복 반하트의 경우 한국과 이탈리아 이외에도 중국과 인도까지 상표 등록을 마쳤다"며 "연내 중국에 진출한 뒤 인도 진출도 곧바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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