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공장'에서 시작한 '한류' 디자이너, '문수권'

[피플]탑 디자이너 '톰브라운'과 운명적 만남…"간절하면 다 이뤄집니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4.09.05 06:36  |  조회 10740
'단추공장'에서 시작한 '한류' 디자이너, '문수권'
"저는 밑바닥부터 한발씩 올라온 디자이너입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가게를 낼 여유도 없었습니다."

4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패션 디자이너 권문수 씨의 말투는 시종일관 겸손했다. 권 씨는 남성복 브랜드 '문수권'(MUNSOO KWON)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중 한 명이다. 한류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주인공 이민호가 입었던 '블랙앤드화이트 롱 카디건'이 그의 작품이다. 당차고 다소 거만한 디자이너 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180도 달랐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간절히 바라면 뭐든지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디자이너 스토리는 미국 뉴욕의 한 허름한 '단추공장'에서 시작됐다. 2008년 당시 권 씨는 군 제대 후 입학한 샌프란시스코의 예술대학 'AAU' 남성복 과정을 갓 마친 '늦깎이' 졸업생일 뿐이었다. 그의 우상이던 스타 디자이너 '톰 브라운'을 비롯해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에 인턴 지원서를 넣어봤지만 면접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 그는 옷을 만들기 위해 들른 단추공장에서 우연히 톰 브라운의 디자인 디렉터 샘 로스롭을 만난다.

"브랜드 서열 2위 디자이너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 피가 머리로 솟구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를 알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말했습니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말을 들었고 꿈에 그리던 톰 브라운에서의 경력도 쌓게 됐습니다"

톰 브라운에서 일한 1년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패턴을 자르고 패션쇼 보조를 맡는 등 허드렛일도 감사했다. "인턴을 마치고 톰 브라운 유니폼인 수트를 받았습니다. 브랜드 역사상 그 수트를 받은 인턴은 저를 포함해서 단 두 명 뿐이었습니다"

인턴을 마치고 미국 패션브랜드 '버클러'에 정식 디자이너로 채용된 과정도 그는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유학생 출신 디자이너를 채용하지 않던 당시 자신이 뽑힌 것은 그저 '운'이었다는 것이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선보인 그는 이제 '문수권'의 디자이너 숍을 여는 것이 꿈이다.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지 한참 뒤 개인 숍을 냈습니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해 왔듯 간절한 마음으로 창작하면 저도 언젠가는 가능하겠죠" 그는 끝까지 겸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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