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봄'…봄옷 불황에 패션업계 온라인에 사활

갑작스런 봄 세일에 4월1일부터 여름 신상품 출시…온라인 플랫폼 전환 가속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0.04.02 09:08  |  조회 14558
코로나19 사태로 패션·미용 관련 소비가 급감했다. 지난 3월 2일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 쇼윈도우에 봄옷이 진열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 후 생필품과 식료품 수요가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간 데 반해, 의류 및 화장품은 온·오프라인 매출이 모두 정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 개강이 연기되고 재택 근무가 활성화하면서 외모를 치장하는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뉴스1 박지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패션·미용 관련 소비가 급감했다. 지난 3월 2일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 쇼윈도우에 봄옷이 진열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 후 생필품과 식료품 수요가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간 데 반해, 의류 및 화장품은 온·오프라인 매출이 모두 정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 개강이 연기되고 재택 근무가 활성화하면서 외모를 치장하는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뉴스1 박지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봄옷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패션업계가 온라인 판매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오프라인에서 줄어든 매출을 상쇄하기 위해 세일 시즌이 아닌데도 깜짝 세일을 실시하거나 일찍부터 여름 신상품을 선보이는 등 '코로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봄부터 '시즌 오프'…벌써부터 여름 신상품=2일 삼성물산 온라인 전용 브랜드 구호플러스는 2020년 여름 시즌 컬렉션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패션업계에서 여름 상품은 원래 4월 말~5월 초부터 출시되지만 보름에서 약 한 달 정도 빠르게 여름 신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김영대 삼성물산 패션부문 수석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 고객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통해 4월 초 여름 초두상품을 선보여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매출이 약 10% 증가하면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통해 적극적인 신상품 출시와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는 오는 4월5일까지 깜짝 온라인 세일을 실시한다. 에잇세컨즈는 1년에 두 번 여름·겨울 시즌오프 정기세일을 진행하는데 봄이 한창인 지금 이례적인 봄 신상품 세일을 결정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내점객이 적은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에서만 '온라인 온리(Only) 세일을 실시했다.

나이키코리아도 3월28일부터 31일까지 일부 품목에 한해 추가 20% 할인을 실시했다.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회원 가입만 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깜짝 멤버스 데이 할인'은 나이키 매니아들의 지름신을 불렀다. 특히 나이키가 봄이 한창인 이 시즌에 깜짝 세일을 했다는 점에서 패션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온라인은 '숙명'…한섬·신세계인터도 온라인 강화=오프라인의 매출이 얼어붙으면서 패션업계의 온라인 플랫폼 전환은 가속화되는 중이다. 3월 말 각사 주주총회에서도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은 "온라인 강화"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한섬은 더한섬닷컴을 국내 최고의 브랜드로 구성된 프리미엄 패션몰로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H패션몰은 전면적인 사이트 리뉴얼을 단행할 예정이다.

LF는 임직원의 30%를 IT 인력으로 채우면서 온라인 드라이브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브랜드인 앳코너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한 뒤 2월 중순 출시한 신상품의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등 온라인에서 좋은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LF 매출액의 온라인 비중은 일시적으로 50%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썰렁한 명동 쇼핑거리/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썰렁한 명동 쇼핑거리/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로나19 확산에 백화점에 내점해 명품을 찾는 고객 수가 감소하자 자사몰을 명품 플랫폼으로 강화하는 전략을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의 명품 취급고와 수입 브랜드 수를 늘리면서 명품 판매 강화에 나섰다. 올해 1~3월에는 에르메스 뷰티 등 총 5개의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켰고 이달에는 아르마니 주니어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패션업체가 온라인에서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의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직접 입어보고 쇼핑을 하는 고객은 온라인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패션업계 한 전문가는 "백화점 VIP 기준을 채우기 위해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며 "온라인에서는 10대~20대의 저가 상품 중심 쇼핑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고객층이 분명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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