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엔 화내면서"…혼혈 차별 발언에 이승기 '분노'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2.04.22 08:26  |  조회 7469
/사진=SBS '써클 하우스'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써클 하우스' 방송 화면 캡처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해 분노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써클 하우스'는 차별하는 다수 vs 유난 떠는 소수, 이 구역의 별난 X'를 주제로 꾸려져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날 방송에는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21살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1세 한국인 혼혈 모델 배유진이 출연해 고민을 털어놨다.

배유진은 "주민등록증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피부색으로 받고 있는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 성을 따랐다고 했다.

배유진은 "지금은 좀 괜찮아진 편인데 어렸을 때는 안 좋은 말도 많이 들었다. '깜둥이' '흑누나'라는 말을 들어왔다.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 흑인 여자를 보면 '흑누나'라고 한다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내가 길에 서있었는데, '깜둥이가 길을 왜 막고 서있어. 저리로 가'라고 말을 하더라"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승기는 "굉장히 심한 말이다"라고 지적했으며, 리정 역시 "무슨 그런 말을 하냐"고 분노했다.

배유진은 "그런 일이 생기면 무시를 한다. 무시를 안 하면 갈등이 생기고, 아무래도 어른인데 모르는 사람이니까 아무 대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오은영이 한국에서 자라며 들었던 충격적인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묻자 배유진은 "엄마가 날 늦게 낳으신 편이다. 그래서 옷도 단정하게 입고 예의범절에 대해 엄격하게 자랐다"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배유진은 "가끔 남자들이 내게 '나 아메리칸 마인드인데 너는?' 이렇게 대놓고 물어봤다. 내 이국적인 외모 탓인지 장난식으로 아무렇지도 얘기를 하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흑누나', '깜둥이', '(흑인 노예들처럼) 목화나 따지 여기 왜 나왔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가 계속 생각나더라"라고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또한 "'까만 애니까 얘랑 놀지 마라'는 이야기를 내 친구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걸 듣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배유진은 "이런 일이 있을 때 엄마에게 말을 잘 안 한다. 엄마가 상처 받으실 것 같고, 혼자 깊게 생각하시는 걸 원치 않아서 속으로만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느날 집에 가고 있는데 놀이터에서 친구들이 날 놀리는 걸 엄마가 보셨다. 그걸 보고 엄마가 충격을 많이 받으셨던 적이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배유진은 성인이 된 후 차별 대우 빈도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성인이 된 후에도 "흑인은 한국에서 직장 못 구할 거라는 어르신들 말도 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야기를 듣던 이승기는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 중에 '우리는 단일민족이다'라고 자부심을 강요했었다. 단일 민족은 굉장히 위대한 것처럼 이야기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에 가서 인종차별을 당하면 굉장히 화를 낸다. '어떻게 손흥민 선수를 인종 차별을 할 수 있냐'고 화를 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도 그런 생각이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이승기 씨 말처럼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 뿌리에는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있다.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유진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국적이 아닌 피부색과 외모를 가지고 '너희 나라로 가'라는 말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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