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유리문 와장창…반 고흐 '86억' 그림이 사라졌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3.30 05:30  |  조회 3704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0년 3월 2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싱어 라렌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화가 빈 센트 반 고흐의 1884년작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 /사진=AFPPHOTO, ARTHUR BRAND
2020년 3월 2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싱어 라렌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화가 빈 센트 반 고흐의 1884년작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 /사진=AFPPHOTO, ARTHUR BRAND

2020년 3월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약 86억원 가치의 작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휴관 중이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부의 싱어 라렌 박물관(Singer Laren Museum)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곳은 미국인 예술가 부부 윌리엄 헨리 싱어와 그의 아내 안나가 소장한 작품 컬렉션을 전시해온 곳이다.



다른 박물관에서 빌려온 고흐 작품, 휴관 중 도둑맞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휴관 중이었던 박물관이 털린 건 이날 오전 3시15분쯤이었다.

가면을 쓴 도둑은 유리 정문을 깨고 들어와 반 고흐의 작품 단 한 점만 들고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고흐의 167번째 생일날이었다.

도둑이 큰 망치로 유리문을 깨고 침입하자 보안 경보음이 울려 경비원들이 즉각 출동했으나 도둑은 이미 고흐의 작품을 들고 유유히 사라진 뒤였다.

당시 박물관에는 고흐의 작품 말고도 얀 투롭, 피트 몬드리안 등 네덜란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으나 도둑은 다른 작품은 건들지 않고, 고흐의 작품 하나만 들고 달아났다.

도둑이 노린 건 고흐가 1884년에 그린 작품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봄의 정원·The Parsonage Garden at Nuenen in Spring)이었다.

네덜란드 남부 뉘넨에 있는 한 목사관(牧師館) 정원을 그린 연작 중 하나로, 고흐의 아버지가 뉘넨에 있는 작은 교구의 목사로 부임했을 때 고흐가 부모님과 함께 목사관에 살며 그린 작품이다.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인이 적막한 정원을 거니는 모습을 담았다.

최대 600만 유로(한화 약 86억원) 상당의 가치로 추정된 이 작품은 원래 싱어 라렌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영혼의 거울'이라는 임시 전시회를 위해 네덜란드 북부 그로닝엔의 흐로닝어 박물관(Groninger Museum)에서 대여해온 것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흐로닝어 박물관이 소장한 고흐 작품 중 유일하게 판넬 위에 그린 유화이자 고흐의 하이라이트 컬렉션 중 유일한 작품이라 충격이 컸다.



86억원 가치의 '봄의 정원', 이케아 가방에 담겨 돌아와


고흐 작품은 한 범죄조직이 감형 협상을 위해 훔친 것으로 드러났고, 범인은 깨진 액자에 남은 DNA에 덜미가 잡혔다.

사건 1년 만인 2021년 4월 범인이 체포됐고, 네덜란드 법원은 징역 8년과 900만 달러(한화 약 121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고흐의 그림은 되찾을 수 없었다. 범인이 고흐 작품을 장물로 팔아넘기면서 여러 범죄조직의 손을 거치게 됐고 이후 작품의 행방이 묘연해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미술 탐정 아서 브랜드가 지난해 9월 11일 도난 당한 후 3년 만에 되찾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1884년 작품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AFPPHOTO, ARTHUR BRAND
네덜란드 미술 탐정 아서 브랜드가 지난해 9월 11일 도난 당한 후 3년 만에 되찾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1884년 작품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AFPPHOTO, ARTHUR BRAND

고흐 작품은 도둑 맞은 지 약 3년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에야 박물관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작품을 돌려받는 데에는 네덜란드 미술 탐정 아서 브랜드의 공이 컸다. 그는 도난당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등을 찾아내며 이름을 알린 바 있는 인물로, 미술계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브랜드는 경찰과 협조해 범죄조직에 접근했고, 비밀을 유지하는 대가로 작품을 받아냈다.

86억원대의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고흐 작품은 베갯잇에 씌워진 채 에어캡을 씌운 파란색 이케아(IKEA) 가방에 담겨 돌아왔다.

브랜드는 "한 남성이 비밀 보장을 요구하며 그림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작품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 골칫거리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 남성이 내 집으로 찾아왔고, 이케아 가방에 담겨있는 그림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당시 흐로닝언 박물관 측은 "그림이 손상되긴 했지만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의 손상이며, 겉으로 보기에는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열악한 보관 조건 탓에 손상된 작품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에서 복원됐다.



도난으로 인한 손상 발견돼…172번째 생일에 다시 전시 시작


고흐의 그림은 돌아온 지 5개월 만인 지난 2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박물관에서 처음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그림은 캔버스 바닥에 짙은 흰색 스크래치가 보이는 등 도난으로 인한 손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당시 복원 담당자는 이를 그림이 딱딱한 것에 부딪혀 발생한 손상인 것으로 추정했고, 그림에서 먼지를 제거하고, 적절한 복원을 위해 준비 단계인 바니시 일부를 제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난당한 후 약 3년간 산전수전 겪어야 했던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은 고흐의 172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부터 흐로닝어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다만 흐로닝어 박물관 측은 도난의 충격으로 다시는 미술품을 대여해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 화가로,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15송이 해바라기가 있는 꽃병' '밤의 카페 테라스'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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